배달앱 최소주문금액 올라가나…수수료율 인하 효과 따져보니
배달 상생협의체가 매출액별로 수수료를 차등적용하고 배달비 부담을 늘리는 상생안을 발표하자 일부 점주들은 수수료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출액 상위 구간 업체는 2만원대 주문의 경우 기존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점주들이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기 위해 ‘최소주문금액’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1인 가구 등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상생안을 ‘졸속합의’로 규정하고 배달비 상한제 입법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정부로서는 입법 동력이 떨어져 실제로 상한제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치킨 한 마리 팔면 최상위구간은 ‘손해’
나머지 구간은 520~1872원 ‘혜택’
상생안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쿠팡이츠는 배달수수료를 현행 9.8%에서 2.0~7.8% 차등적용한다. 매출액 상위 80% 업체까지는 수수료율이 기존보다 2~3%포인트 낮아진다. 배달주문금액 만원당 2~300원의 혜택을 보게 되는 셈이다. 다만 상위 50% 업체까지는 배달비 부담이 200~500원 늘어난다. 상생안은 내년 초부터 3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치킨 1마리 기준(2만4000원)으로 매출액 상위 35% 내 업체는 중개수수료가 2352원(현행 9.8% 기준)에서 1872원으로 480원 줄고 배달비 부담은 500원 늘어 사실상 혜택이 없다. 배달비 부담이 200원 늘어나는 상위 35~50% 구간 업체는 수수료 인하 폭이 720원으로 커져 이전보다 520원 혜택을 볼 수 있다. 50~80% 구간은 배달비 부담이 늘지 않아 수수료 혜택 720원을 전부 받게 된다.
수수료율이 2.0% 적용되는 하위 20% 업체는 수수료가 480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다만 하위 20%의 경우 배달앱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곳들이 많아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수료 인하 혜택 위해 최소주문 금액 인상될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상생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를 보면 찬성(5.5%)보다 반대(85.4%) 의견이 훨씬 많다. 설문조사는 오후1시20분 기준 1527명이 참여했다.
매출액 상위 그룹의 경우 수수료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소주문금액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치킨·피자 등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 대부분이 매출액 상위 구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체별 최소주문금액은 통상 1만2000원~2만5000원 수준이다. 한 분식업 점주는 “원래 1만5000원이던 최소주문금액을 1000~2000원 정도 올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이 커질 경우 1인 가구 등 소비자의 주문 선택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 직장인 A씨는 “혼자 사는데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려면 2인분 이상을 시켜야 해서 주문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선택지가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소비자연맹이 2020년 배달앱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82.8%는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는 데 필요 이상으로 주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상한제 입법 추진”···실제 도입 ‘미지수’
민주당은 정부 상생안과 별개로 수수료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율 규제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당력을 집중해 온라인플랫폼 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수수료는 내리고 배달비는 올리는 허울뿐인 상생안을 자영업자에게 강요했다”며 “수수료상한제와 우대수수료 도입을 담은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생안 합의로 정부가 상한제를 도입할 명분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수수료 상한제 입법안이 발의된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입법에 여당 협조가 필요하다. 한 상생협의체 정부 측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는 사업분야가 여럿인데 배달수수료만 콕 찍어 규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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