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앞엔 "이재명 무죄", 법원 앞은 "구속"…혼돈의 서초동
"이재명은 무죄다. 정치검찰 해체하라!" (서울중앙지검 앞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연대)
"이재명 방탄에 대한민국 무너진다!" (서울중앙지법 앞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15일 이재명 더불어미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서울 서초동은 이른 시각부터 이 대표 지지파와 반대파가 몰려 북적였다. 일부 집회 참가자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법원 내 외부인과 외부차량 출입은 전면 통제됐고, 출입구마다 보안요원이 배치돼 출입자들을 확인했다.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연대 등 이 대표 지지단체와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초역 7번 출구에 속속 집결했다. 이들은 역 출구에서 서울중앙지검 서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2개 차로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 11시 사전집회를 진행했고, 오후 1시부터 이 대표의 무죄선고를 탄원하는 내용의 본 집회를 개시했다.
오후 1시쯤이 되자 100m 가량의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지지자 중엔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의 상의나 신발, 목도리 등을 착용한 이들이 여럿 보였다. 이들은 사회자 선창에 맞춰 "이재명은 무죄다. 정치검찰 해체하라" "주가조작 국정농단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지지 단체들과 유튜버들은 제각각 천막을 치고 부스를 꾸린 채 집회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집회 참여자들에게 각종 간식·음료와 함께 '이재명은 무죄다!' '정치검찰 탄핵하라' '김건희 수사검사 전원 탄핵하라' 등 내용이 적힌 손피켓, 부부젤라(남아공에서 응원 도구로 쓰는 나팔 모양의 플라스틱 악기) 등을 내어줬다. QR(격자무늬 2차원) 코드를 통한 이 대표 무죄 촉구 탄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 등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집회 참여를 위해 전남 나주에서 당일로 서울에 올라왔다고 밝힌 40대 김모씨는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았다"며 "16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민주당 주최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집회 참가자는 "이 대표와 김혜경 여사는 못 잡아 안달이면서 왜 김건희 여사는 하나도 수사하지 않는 것이냐"며 취재진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자유연대, 정의로운사람들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 5차선 도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전 8시부터 군가를 틀거나 대형 마이크를 통해 "이재명 구속하라 집회를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재명 체포하라 집회가 시작됩니다" 등을 반복적으로 외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은 도로 양쪽 끝 1개 차로(총 2개 차로)를 점거하고, '이재명 구속' '방탄민주당 해체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이재명 구속하라' '재명아 감방 가자' 등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하나둘씩 모였다. 오후가 되자 준비됐던 좌석 250여개가 모두 찼고, 적잖은 사람들이 선 채로 혹은 땅바닥에 앉아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1000명(유동적)의 집회 인원을 신고했다.
오후 12시28분쯤 마이크를 잡은 집회 참가자는 "지금 이재명 방탄으로 민생이 파탄 나고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이 대표 재판을 맡은 한성진 부장판사를 거론하며 "재판장님 뒤에는 국민이 있으니 법리대로 엄정한 판단을 내려달라.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판결을 해주길 읍소한다"고 외쳤다.
이날 서초동에선 다른 정치 성향의 유튜버·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여러 번 목격되기도 했다. 오전 8시30분쯤 보수단체 집회 장소를 지나가던 진보 성향 유튜버가 보수 유튜버를 향해 "카메라 놓고 따라오라" 등 고성을 지르며 말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제지에 나섰다. 이 대표 지지 집회 참여자가 반대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원외당협협의회 인원들을 향해 "거부권 좀 그만하라"며 욕설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시위대 주변으로 펜스를 설치했고, 이 대표 차량 동선을 따라 경찰관을 배치했다. 양 집회 세력이 충돌할 경우에 대비해 2000명 이상의 경찰관을 투입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안전을 이유로 외부인·외부 차량 경내 출입을 제한했다. 경내 출입 시 법원 직원들이 직접 공무원증·방청권 등 제시를 요구하며 신분을 확인했고, 소지품 검사도 진행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등 두 차례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선고는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4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오는 1심 판결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돼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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