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원조 ‘정년이’들 “여성 국극도 국가무형유산 지정되길”
“제 과거가 그려지는 것 같아서 (TV 드라마) ‘정년이’가 고마워요.”
서울시 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 겸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 이옥천(78)씨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열린 국가유산진흥원의 여성국극 원로배우 출연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 간담회에서 tvN 인기 드라마 ‘정년이’를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11살 때 가요 대회에서 1등을 해 가수 생활을 잠깐 했는데 그 가수 생활을 한 것까지 실려서 완전히 실제 인물을 표현했더라고요. (드라마에) 내가 들어가 있어 너무 고맙고 그 ‘정년이’로 인해서 우리 국극이 많이 알려져 더없이 고맙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홍성덕(80) 이사장과 이미자(79) 부이사장, 남덕봉(79)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를 계기로 앞으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지길 바랐다. 남덕봉씨는 “여성 국극단에게 입단하게 되면 창, 연기 무용 세 가지를 갖춰야 했다”며 “여성 국극단이 안방극장 TV가 생기는 바람에 지금 많이 없어졌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악역 전문 배우를 뜻하는 이른바 ‘가다키’로 눈길을 끌었던 이미자씨는 “이옥천씨는 남성 주인공다운 매력이 넘치지만 나는 여성 주인공을 겁탈하려는 역할만 맡은 여성 겁탈 전문가”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성국극에 관심을 갖도록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홍 이사장은 일본의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과 중국의 유에주(越劇·월극)처럼 여성국극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기대했다. 그는 “우리 국극 배우들이 편하게 공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며 “여성 국극단이 나라에서 인정받는 (국가지정무형문화유산) 종목 단체가 됐으면 좋겠다. 유에주가 2009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처럼 우리 국극도 그리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국극은 2018년 국가무형유산에 도전했으나 지정되지 못했다. 국악 평론가인 김문성 경서도소리포럼 대표는 “2018∼2019년 여성국극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해방 이후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 등에서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사가 잘못된 것 같다”며 “여성 중심의 국악은 1930년대에도 있었고 여성국극과 관련한 역사도 길다. 빨리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다시 한번 (국가무형유산 지정 신청을) 할 것”이라며 “일본 다카라즈카, 중국 유에주와 한국 여성국극까지 함께 공연하는 게 소원이다. 여성국극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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