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가 불지핀 여성국극 관심, 정부 지원으로 이어지길"
명맥만 이어온 여성국극, 드라마로 다시 인기
후배 소리꾼들과 여성국극 매력 무대서 재조명
"전통 이어가기 위해 국가무형유산 지정해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드라마 ‘정년이’가 여성국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여성국극은 여성 소리꾼들이 등장해 소리와 춤, 연기를 종합적으로 구성한 극이다. 한국전쟁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대중과 멀어진 채 그 명맥만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가 과거의 유산으로 잊힌 여성국극을 지금 시대도 공감할 수 있는 공연예술로 재조명 중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원로 배우들을 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만났다. 이들은 ‘정년이’가 불 지핀 여성국극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에 상기된 반응이었다. 1950년 여성국극에 입단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홍성덕(80)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은 “‘정년이’를 통해 여성국극이 활발하게 인기를 얻게 돼 드라마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이들은 50년대를 넘어 60년대 초반 여성국극에 뛰어든 ‘2세대’ 명인들이다. 여성 주인공 역을 주로 맡았던 홍성덕, 남성 역할을 맡았던 이옥천(78), 악역을 주로 연기한 이미자(79), 감초 역할을 주로 연기해 ‘삼마이’로 불렸던 남덕봉(79) 등이다. 이들은 여성국극 1세대이자 당시 아이돌 급 인기를 누렸던 임춘앵(1923~1975)에 반해 여성국극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로 배우들이 꼽은 여성국극의 매력은 외모·소리·춤·연기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이들만이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성덕은 “여성국극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무엇보다 여성이 남성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외모·소리·춤·연기 등을 고루 갖춘 이들만 출연하기에 여성국극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국극과 같은 공연예술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유에주(越劇, 월극)는 20세기 초 본격적으로 발전한 공연예술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일본의 다카라즈카는 공연장과 학교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지금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여성국극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체계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여성국극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논의도 있었으나 한국전쟁 이후 체계가 잡힌 현대적인 예술이라는 이유로 무산됐다.
여성국극의 대한 대중적 관심이 다시 불붙은 지금 원로 배우들은 정부의 지원을 통한 여성국극의 명맥 유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덕은 “마음 고생을 하면서도 여성국극을 이어가기 위해 힘을 들여 버텨왔다”며 “여성국극의 국가무형유산 등재도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화 '공공의적' 모티브된 최악의 존속살해[그해 오늘]
- ‘4분의 기적’ 버스서 심정지로 고꾸라진 男, 대학생들이 살렸다
- "술만 마시면 돌변..폭력 남편 피해 아이들과 도망친 게 범죄인가요"
- "임영웅과 얘기하는 꿈꿔...20억 복권 당첨으로 고민 해결"
- '공룡 美남' 돌아온 김우빈, 황금비율 시계는[누구템]
- 경찰, 오늘 '마약 투약 혐의' 유아인에 구속영장 신청
- 2차전지 미련 못 버리는 개미군단 '포퓨'로 진격…포스코그룹株 주가는 글쎄
- '최고 158km' 안우진, 6이닝 2실점 역투...키움, 3연패 탈출
- "보증금, 집주인 아닌 제3기관에 묶는다고"…뿔난 임대인들
- 상간소송 당하자 "성관계 영상 유포하겠다" 협박한 20대 여성[사랑과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