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주전들에 안 달려"…명장도 인정한 이 선수, 롯데가 외부에서 유격수를 안 찾는 이유
[OSEN=조형래 기자] “수비는 주전 선수들에 비해 달리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은 박승욱이 책임졌다. 2년 전 FA로 영입한 노진혁을 주전으로 염두하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노진혁은 백업으로 밀려났고 이학주 손호영 등이 유격수로 이따금씩 선발 출장했지만 박승욱이 유격수로 시즌을 완주했다.
박승욱은 올해 139경기 중 유격수로 111경기(97선발)에 나섰다. 그러면서 타율 2할6푼2리(405타수 106안타) 7홈런 53타점 57득점 OPS .716, 23실책의 기록을 남겼다. 박승욱 개인적으로는 데뷔 13년차에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뽑아냈다.
하지만 다른 9개 구단과 비교했을 때 박승욱을 비롯한 롯데의 유격수 포지션이 경쟁력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공수에서 아쉬움이 컸다. 박승욱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지만 박승욱과 경쟁 체제로 포지션의 경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다. 유격수 뎁스 자체가 그리 두텁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박승욱 중심의 유격수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파장을 일으킬만한 자원이 눈에 띄었다. 비록 1군에서는 12경기 6타수 2안타의 기록에 그쳤다. 그러나 이 12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톡톡 튀었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지명된 내야수 이호준이 주인공이었다.
2군에서는 36경기 타율 2할4푼(100타수 24안타) 홈런 없이 9타점 OPS .589의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수비적인 잠재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2군 내부에서도 이호준의 수비시 침착함, 그리고 송구 능력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다. 1군에서 이 모습을 보여줄 시간은 부족했지만, 단기간에 임팩트를 남기는 것은 성공했다.
비록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지만 김태형 감독도 이호준의 잠재력과 기량을 확인했고 인정했다. 시즌 막판, 김태형 감독은 “지금 수비 같은 경우는 주전 (박)승욱이에게도 달리지 않는다. 노진혁이나 오선진과 비교해서도 주력은 낫다고 본다”라면서 “작년에 부임해서 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호준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비 강화 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시한폭탄 같은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비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집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호준도 2025시즌 유격수 경쟁에 이름을 내밀고 1군 한 자리를 굳히기 위한 과정을 갖고 있다.
롯데는 올해 오프시즌에서 내부 FA 선수들을 잔류시키는 것 외에는 큰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 등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지만 내부 FA였던 불펜 듀오 김원중(4년 최대 54억원), 구승민(2+2년 최대 21억원)의 잔류가 최대 목표였고 이 목표를 달성했다.
외부 FA 시장은 샐러리캡과 모그룹의 상황 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유격수 보강을 위해 FA 시장을 물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잠잠했다. 유격수 최대어인 심우준에 눈독을 들일 법 했지만 2년 전 FA 시장에서 노진혁을 영입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원 소속팀 KT도 롯데의 심우준 영입전 참전을 경계했지만 결국 심우준은 4년 최대 50억원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또 다른 유격수 FA 하주석이 시장에 남아있지만 B등급으로 보상 규모가 꽤 있고 또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서 낫다고 판단하지 않는 눈치다.
또 올해 모습을 드러냈던 베테랑 내야수들인 이학주와 오선진을 방출한 롯데다. 유격수 자원이 줄었고 결국 기존 박승욱에 이호준, 그리고 상무에서 병역을 마친 한태양과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김세민 등 어린 선수들 위주로 육성에 힘쓸 복안이다.
미야자키 수비 강화 캠프를 비롯해서 다양한 트레이닝 캠프로 육성에 사활을 건 롯데다. 자원도 있다. 외부 시장에서 당분간 유격수를 찾지 않는 이유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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