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텍트 "최상급 그래픽과 논타깃팅 손맛 매력"
국내 MMORPG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매년 정말 많은 신작이 출시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유저 움직임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돌고 돌아 다시 메던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MMORPG 게임은 많은 시간 투자, 캐릭터에 대한 애정, 그리고 매몰비용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장르에 비해 다른 게임으로 이사 가기 쉽지 않다. 반대로 충성도는 매우 높다. 일정 궤도까지 올라온다면 유저 텐션이 장기간 지속된다.
국내 여러 게임사들이 MMORPG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라고 풀이된다. 그리고, 게임 업계에서는 신생 기업인 하이브IM이 아쿠아트리와 손을 잡고 새로운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이하 아키텍트)'이란 게임이다.
기존 MMORPG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도전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많이 엿보인다. 엄밀히는 어디선가 많이 봤던 시스템들이지만, 한 데 어우러진 빈도는 적었던 재료들이다. 이 맛이 상당히 낯설면서 재밌는 맛을 낸다.
다만,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를 한 데 섞다 보니 아직 입안에서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그럼에도 잠재력이 느껴진다. 결국 이를 최종 빌드까지 어떻게 다듬는지가 관건이다.
■ 비주얼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최상급
아키텍트는 비주얼이 상당히 인상 깊다. 단순히 캐릭터 외모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자연 경관,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구조물들 모두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스펙트럼은 최고 수준이다. 기본적인 머리카락 모양부터 색깔, 피부색, 허리 위치, 어깨 넓이, 손가락 모양 등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미형의 캐릭터부터 우스꽝스러운 콘셉트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을 마친 뒤 아키텍트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다시 한 번 놀란다. 장엄한 자연 경관이 가히 압도적이고, 몽환적이다. "게임할 맛 난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그 정도로 흡인력이 강렬하다.
초반부를 함께하는 NPC들의 이목구비도 상당하다. 공들여 만든 핵심 인물로 느껴질 정도다. 소녀는 엘프처럼 귀엽고 아름답고, 노인은 주름진 얼굴과 너저분한 회색 머리카락과 수염이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정이 다소 부자연스럽다. 필러 맞은 뒤에 어색한 안면 근육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슬픔에 잠긴 소녀의 성우는 슬픈듯이 흐느끼고 있지만, 캐릭터의 얼굴에서는 그 감정이 전달되지 않았다.
■ 손맛 살린 논타깃 수동 조작, 개선 포인트도 있다
전투의 기본 구성은 여타 MMORPG와 큰 차이가 없다. 마우스 우클릭을 눌러 시점을 돌리고, WASD로 움직인다. 그리고 기본 공격과 네 개의 스킬, 회피기로 구성된다.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게임인 만큼 자동 전투도 지원한다.
차별화된 시스템이 있다면 수동 조작 시 완전 논타깃팅 전투를 펼쳐야한다는 사실이다. 타깃팅 보정이나, 락인 기능이 전혀 없다. 오로지 손가락의 감각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스킬 대부분이 광역 피해를 입혀 핵앤슬래시와 같은 시원한 맛이 있다.
회피나 패링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본적인 회피 외에도 적의 특정 패턴을 점프나 패링으로 대응해야 한다. 즉, 타이밍 싸움이다. 각 패턴은 시각적 이펙트가 동반한다. 점프 회피는 비교적 관대한 대응 시간을 주지만, 패링은 엄격해 성공 시 어드밴티지가 크다.
다만, 전체적으로 가다듬을 곳이 많다. 먼저, 우클릭 시점 전환 시 바라보는 방향으로 조준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아키텍트의 경우 WASD로 캐릭터 방향을 맞추는 추가 조작이 필요해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에 대해 개발진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현재는 완전 논타깃에 예측 사격을 가능케 하는 스킬을 많이 넣어 특정 방향으로 틀고 미리 공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한다.
개발진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가 이를 납득하고 플레이할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행동을 하기 위해 이중 조작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 대응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인데, 이는 논타깃 게임에 어울리는 방향이 아니다.
또한, 특정 스킬 몇몇은 거리 고정으로 발동된다. 마법사의 스킬 중 특정 범위 내 적에게 광역 피해를 입히는 스킬이 있다. 이 스킬은 앞에 어떤 대상이 있던 무시하고 동일한 거리에서 터진다. 근데 거리의 기준을 잡기 모호하다. 단순히 감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교한 플레이를 하도록 의도한 포인트인지 궁금해 개발진에게 문의했을 때 의도한 바가 아니고, 조정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개발진의 답변처럼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의도였다면 기준이 느껴졌을테니 말이다.
■ MMORPG에 오픈월드 RPG 색깔 더하다
기존 MMORPG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탐험 요소가 많다. 탐험 모드에서는 '비행의 시련', '도약의 시련', '도전 관문' 세 가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모바일 오픈월드 RPG에서는 흔한 장치들이다. 넓게 보면 와우의 전역 퀘스트, 파판14의 돌발 퀘스트와 비슷하다.
비행의 시련에서는 비행 특수 이동을 이용해 돌파하는 콘텐츠다. 와우의 용조련술 훈련과 동일한 방식이다. 황금원 안을 지나 비행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실패하면 속도가 느려져 추락한다. 도약의 시련은 벽 타기와 간단한 퍼즐 풀이 및 비행을 이용하는 기믹이다.
도전 관문은 던전 로그라이크 기반의 전투 콘텐츠다. 방에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면 다음 방으로 나아갈 수 있고, 각 방을 열면서 보스방을 찾아내 보스를 처치하면 보상을 얻는다. 각 방의 특정 몬스터가 선택형 보상을 주는 '아트라하시스의 축복을 드랍한다.
각 버프의 형태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비슷하다. 등급이 있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강력한 효과를 얻는다. 일부 상위 버프는 강력한 대미지를 낸다. 스펙이 부족해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저들이 필드에서 부수적인 즐길거리를 제공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텐츠다. 업적 같은 것이 수반되면 더욱 좋을 콘텐츠다. '강제성'이 없는 경우에는 말이다. 즐기고 싶은 사람은 더 즐기는 추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MMORPG에서 강제성이 짙은 콘텐츠의 말로는 그 끝이 안 좋다. 유저들은 "안 하면 뒤쳐진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강제성과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콘텐츠는 너무 좋은 보상을 줘서도 안 된다.
개발진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개발진에게 콘텐츠 방향성에 대해 물어보니 "게임을 더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선택형 콘텐츠"라고 못박았다. 모든 유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숙제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고 하니 안심하고 즐겨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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