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의무 개념도 오인한 상법 개정안[포럼]

2024. 11.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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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4일 기업의 이사가 '주주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만약 충실의무 입법의 필요성이 이러한 당연한 원칙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라면,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사가 업무를 충실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사에게 회사와 주주 모두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은 오히려 이사로 하여금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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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기업의 이사가 ‘주주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국내 10대 기업 중 4곳, 30대 기업 중 8곳의 이사회 과반이 ‘외국기관 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우려하는 등 입법 논란이 거세다. 상법 회사편(회사법)이 이처럼 주목받은 때가 있었나 싶다.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문제가 이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현상 자체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과연 올바른 이해와 논의가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사의 충실의무를 단순히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든, 직원이든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충실의무 입법의 필요성이 이러한 당연한 원칙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라면,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사가 업무를 충실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충실의무(duty of loyalty)의 영문 표기를 보고 ‘충성 의무’로 오해해, 이사가 회사에만 충성하고 주주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주장하는 이들은 주로 미국 델라웨어주법에서 발전한 논의를 받아들인다. 미국 법은 이사의 신인(信認)의무(fiduciary duty)를 충실의무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duty of care)로 나눈다. 이 중 충실의무는 이해상충 방지 의무(duty to avoid the conflict of interest)를 의미한다. 이사는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법리에서 파생된 ‘회사기회 유용 이론’에 따르면, 이사는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사업 기회를 회사에 알려야 하며, 회사가 활용하지 않겠다고 할 때만 자신의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와 일본·독일에서도 선관주의의무는 이사와 회사 간 이익 상충에 대한 충실의무와 구별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충실의무를 살펴보면,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지위이므로, 회사의 독자적인 이익을 해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임무 위배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사가 충실의무, 즉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이행할 대상은 회사임이 명확하다. 이런 점에서 이사에게 회사와 주주 모두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은 오히려 이사로 하여금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만들게 된다.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을 막게 되는 것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경영판단의 법칙’도 이해상충 상황에서는 작용될 수 없다. 이사는 회사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익상충 상황에서 이를 행하는 것은 절대 명제여서 경영 판단을 주장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들의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결론적으로, 이사에게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하자는 입법은 충실의무에 대한 이런 논의를 전제로 한다면 잘못된 입법 논의이다. 이사의 의무를 입법으로 규정하려면 최소한 충실의무의 상법(회사편)상 의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이뤄져야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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