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도박 근절’ 국민 동참 필요하다[문화논단]

조지호 경찰청장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전이 가져온 편리한 삶의 이면에는 다양한 사회적 병폐도 자리한다. 재산·강력범죄 등 그간 대면으로 이뤄져 온 범죄가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이버 공간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는 도박 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소년 도박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던 때부터, 도박이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있었다. 중독성 범죄라는 맥락에서, 도박 범죄는 마약 범죄와 똑같은 수준의 전방위적이고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오프라인 도박에 비해 빠르고 간단한 사이버도박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데다가, 가족이나 지인도 도박 행위를 인지하기 어려워 조기에 개입하기도 매우 어렵다. 이 문제는 특히 청소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청소년 도박중독은 우리의 미래 세대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장 엄정히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 미래가 위태롭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도박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단속을 진행해 왔다. 경찰청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전국 시도청 사이버수사대 전담수사팀은 물론 형사기동대까지 투입해 도박 범죄 생태계를 구성하는 사이트 운영 조직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범죄집단을 정조준한 수사 활동과 지속적인 사이트 차단은 범죄 비용을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사이버도박을 근절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13개월간 단속으로 사이버도박 운영 조직 297개를 검거하고 581개의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었다. 또한, 전년 동기에 비해 사이버도박 검거 건수와 구속 인원이 각 31.2%, 73.2% 증가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범죄조직은 인터폴 등 국제기구 및 외국 수사기관과 협력해 현지에서 검거하고 송환한다. 가시적 성과가 있는 만큼 경찰청은 현재 진행 중인 특별단속을 내년 10월 말까지 1년 연장해 수사 동력을 이어 나갈 것이다.

중독 범죄는 단속만큼이나 예방 및 재범 방지 활동이 중요하다. 특별단속 기간에 단속된 청소년 도박행위자 대다수가 호기심이나 친구 소개를 통해 사이버도박을 접했다고 진술, 사이버도박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도박중독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신속히 발굴하고 적극 개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사건 수사 때 반드시 도박 청소년에게 빠져들게 된 계기를 묻는다. 또, 도박중독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들을 전문 상담기관에 연계해 치유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청소년들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예방교육을 한다. 도박 행위가 발견된 청소년에 대해서는 3개월간 집중면담 및 모니터링을 하는 등 재범 방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정부·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강력한 단속 업무를 통해 불법 사이버도박의 공급을 끊고 있다. 하지만 도박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기관의 일관된 노력과 주요 플랫폼 기업, 가정과 학교, 회사 차원의 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경찰은 관련 기관은 물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력해 사이버도박 범죄 생태계를 근절함으로써 안전하고 평온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