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하세요…“알바보다 못해” 직장 괴롭힘 인정되려면

한겨레 2024. 11.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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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에서 괴롭힘이 있었고 1년 정도 버티고 있습니다.

최근 상사가 회의 시간에 상의도 없이 제 업무를 다른 동료에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제이지'님이 힘든 것과 별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상사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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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비교 모욕
게티이미지뱅크

Q. 직장에서 괴롭힘이 있었고 1년 정도 버티고 있습니다. 최근 상사가 회의 시간에 상의도 없이 제 업무를 다른 동료에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에게 알바보다도 못하다, 손이 느리다, 마감 기한 못 지킨다며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 주는 말을 했습니다. 저를 미워하는 상사 앞으로 제 자리를 이동시키고, 일일보고를 쓰라고 지시한 게 가장 힘듭니다. 진짜 자살한다는 심정이 약간은 이해가 되는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2024년 11월, 닉네임 ‘좌절하는 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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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이지’님, 1년을 어떻게 버티고 계셨어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제이지’님이 힘든 것과 별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상사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해요. 특히 상대가 뭐라고 해명할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제이지’님 업무를 일방적으로 준 것에 대해, 상사는 “업무에 적합한 직원에게 맡겼다”고 주장하지 않을까요? 상사 앞으로 자리를 바꾼 일은 “업무 실적이 나지 않아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겠죠. 일일보고에 대해선 “일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일일보고를 하라고 했고, 정당한 업무 지시”라고 할 겁니다.

“알바보다 못하다, 손이 느리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상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모욕적 표현으로 들리지 않았고, 업무상 필요한 지적이었다”라는 진술서를 받을 겁니다. 동료들이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제이지’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까요?

그래서 사건 당시의 녹음이 중요합니다. 또 목격한 동료와 나눈 대화 녹음도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어요. 법원은 반복적인 비하·비난 발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고, 직원의 진술서는 회사의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중요하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알바(신입)가 더 잘하겠다, 사회복무요원보다 못하다, 학생도 너보다 낫겠다, 여자보다 못하냐…. 대한민국 상사님들, 제발 이런 말 좀 하지 마세요. 둘을 동시 저격하면 부장님 권위가 올라가나요? 리더십 없는 ‘못난이 상사’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 참, ‘제이지’님, 자살하는 사람 심정이 이해될 정도라면 빨리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겠습니다. ‘제이지’님이 제일 소중해요. 현재의 마음 상태와 회사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상담하고, 마음 건강을 회복해야 합니다. 진료 기록도 괴롭힘의 증거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예민한 건 좋은 거예요. 국어대사전에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또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라고 되어 있어요. 폭력·혐오·비하·차별에 무딘 사람, 둔감한 조직은 성장하기는커녕 반드시 대형 사고가 납니다. 인권에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들이 조직문화를 바꾸고 사람을 살릴 수 있어요.

오늘 토요판 마지막 원고인데요, 우리 모두(특히 사장·부장님) 앞으로 더 예민해지면 좋겠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어 1년에 400명 넘게 자살하는 나라,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의 칼’이 누군가의 가슴을 베고 있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좀 더 예민해진다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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