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참가 대회까지…불법 홀덤펍 도박장 운영 일당 검거 (종합)

황병서 2024. 11. 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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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소개설 등 혐의 628명 송치
도박자 8000여 명 상대 57억 환전·16억 가로채
가상계좌 이용 환전 앱 개발해 법망 피해
“홀덤 게임 단순 놀이로 인식하는 젊은 층 노려”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홀덤 게임을 단순 놀이 문화로 인식하는 일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불법 홀덤펍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기 부천시의 1000평 규모의 전용 경기장을 짓고 70억대 도박장을 운영했을뿐더러, 환전 가상계좌를 이용한 환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플레이어에게 수십억원을 환전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챙긴 돈도 수수료 포함 16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70억대 불법 홀덤펍 도박장 운영 628명 송치

홀덤 게임에 사용된 홀덤칩(사진=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광역수사단 브리핑룸에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앱을 만든 대표 A씨 등 628명은 도박장소 개설 및 도박 혐의로 검거돼 지난달 말까지 차례대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중 플레이어(도박 행위자)로 활동하며 1000만원 이상 상금을 획득한 사람도 5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따르면 앱 개발업체 대표 A씨는 개발자를 고용해 가상계좌를 이용한 앱을 개발했다. 앱 결제 시스템상 가상계좌 단계가 연동돼 있는 만큼 수사 당국이 조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홍보하며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104개소로 확장해왔다. 플레이어 8000여 명은 앱을 통해 2023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간 참가비 71억원을 내고 텍사스 홀덤 게임을 한 뒤 57억원을 환전해 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PG사의 가상계좌와 결합한 환전 앱을 이용한 지능적·폐쇄적 범행”이라면서 “가상계좌를 이용하면 수사기관에서 도박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확인 과정이 필요한 점을 악용하고 단속을 피하려고 가상계좌와 결합한 비대면 환전 전용 앱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A씨가 개발한 앱은 홀덤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얻은 칩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설치한 뒤 PG사를 통해 지정된 가상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면,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맞바꿀 수 있다. 포인트는 앱의 가맹점인 홀덤펍에서 QR코드로 결제하면 게임용 칩으로 바꿀 수 있다. 칩을 통해 텍사스 홀덤 게임을 할 수 있고, 종료 후 E쿠폰으로 전환해 ‘판매하기’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지정한 계좌로 현금이 입금되는 방식인데, 수수료 4%는 앱 개발 업체가 가져간다.

피해자 직업은 자영업과 회사원, 전문직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미성년자와 연예인, 운동선수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사람의 경우 4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 경기장 짓고…비대면 환전 영업 노려

앱을 통화 환전 과정(자료=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이들은 더 많은 플레이어를 모집하기 위해 경기 부천시에 1000평 규모의 전용 경기장을 설치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6회에 걸쳐 플레이어 약 1500명이 참여한 총상금 10억원 상당 전용 대회를 열었다. 가맹점에서 예선을 통과한 플레이어를 상대로 LCT 대회를 진행해 등수에 따라 참가비의 80%를 상감으로 지급했다. 가맹점은 LCT 진출자를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참가비 10만원 상당을 받고 예선전을 열었다. 앱을 이용해 환전 가능하다고 플레이어를 유인해 불법 영업을 했다. 이렇게 해서 플레이어 8000여 명에게 참가비 71억원을 받아 57억원을 환전한 것이다. 환전 금액의 4%에 해당하는 2억 2800만원은 수수료로 징수됐다.

이들은 ‘금융거래 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홍보해왔다. 현금 없이 손쉽게 환전 가능한 영업 형태로 불법행위 관리가 용이한 부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맹점주들은 참가비, 시상금 정산이 앱을 통해 이뤄져 근거가 남는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관리가 용이했다고 했다. 이들은 합법을 가장한 변칙 영업으로 가맹점을 서울 24곳, 경기 35곳, 인천 18곳, 경상 13곳, 충청 9곳, 강원·전라 5곳 등 총 77곳으로 확대했다.

검거된 종업원 중 상당수는 고액 아르바이트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인 20대 초반의 다수는 딜러는 일이 쉽고 시급이 2만원이나 하는 ‘꿀알바’라고 인식돼 불법성을 인지했지만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5월 17일부로 홀덤펍은 청소년유해업소로 지정돼 청소년의 출입, 고용이 금지된 업소이므로 청소년에 대한 지도, 단속을 병행할 예정”이라면서 “홀덤펍 내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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