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경찰이 순찰차로 수험생을 태워주고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장면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인 만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는 반면, 직무집행 범위를 벗어났다는 경찰 내부 의견도 제기됐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수능 당일 전국의 경찰은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154차례 실어 날랐다. 집에 놓고 온 수험표도 9번이나 찾아줘 총 187건의 수능 관련 편의를 제공했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전 8시10분 입실완료인데 8시에 112신고해서 동대문에서 용산까지 가달라고하면 어떡하라는거냐”는 경찰관의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그걸 왜 경찰이 책임지냐” “경찰관이 택시아저씨 됐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면, 한 경찰관은 “오래 고생하는 일도 아니고 아침 잠깐인데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며 “수험생 수송한다고 도둑을 안 잡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나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등이다. 경찰은 수능 당일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기동대, 지역경찰, 모범운전자 등 1만1343명을 투입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고에서는 경찰들이 신분증을 직접 배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 남학생이 신분증을 두고 입실해 부모님에게 갖다달라고 했는데, 의사소통 오류로 부모님이 여의도고가 아닌 여의도여고로 간 것이다. 이에 부모님이 경찰에게 연락했고, 신분증을 여의도고로 전달할 수 있었다.
안양시 동안구에서는 한 수험생 학부모가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가 수험표를 안 가지고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서 수험표와 신분증을 건네받아 9.8㎞ 떨어진 시험장으로 가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만한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경찰관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유형의 일은 아니다”라며 “경찰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편의라는 서비스 측면에서는 일부 타당성도 있기는 하다”며 경찰과 시민이 함께 공감할 업무 범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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