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vs 몰도바 계급장 떼고 맞붙은 ‘대전판 파리의 심판’ 최후의 승자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11. 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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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와인기구 OIV 공인 아시아지역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2024 열려/‘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프랑스 vs 몰도바 격돌/블라인드 심사결과 몰도바 와인 1~3위 휩쓸어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2024 블라인드 심사 와인. 최현태 기자
코에 갖다대자마 우아한 향이 비강으로 마구 파고드네요. 마치 잘 만든 프랑스 생테밀리옹 그랑크뤼와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를 섞어 놓은 듯합니다. 한 모금 마시자 후각에서 느낀 우아한 향이 몇배로 증폭되고 아주 긴 여운까지 남깁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기자는 고민 끝에 A, B, C, D, E 5개 와인중 E를 프랑스 와인으로 확신하고 1위로 결정합니다. 집계결과도 비슷합니다. E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에 공개된 E의 정체는 프랑스 와인이 아니군요. 바로 몰도바 와인 카르페 디엠 배드 보이즈(Carpe Diem Bad Boys)! 이럴 수가.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채점한 결과에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더구나 1~3위를 모두 몰도바 와인이 차지했으니 말이죠.
몰도바 와인 산지.  몰도바와인협회
◆몰도바 와인 역사

몰도바는 풍부한 와인 역사와 문화를 지닌 동유럽 내륙국으로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습니다. 몰도바 와인 제조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최초의 포도나무는 기원전 700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돈두세니(Donduseni) 지구 나슬라브체아(Naslavcea) 마을 인근에서 3기 신생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포도종 비티스 테토니카(Vitis Teutonica) 잎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또 플로레스티(Floresti) 지구 부르숙(Bursuc) 마을에선 2300만년에 시작된 중신세의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가 발견됐습니다. 이런 유물 등을 토대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 기원전 6000~4000년 전 쿠쿠테니-트리필리아(Cucuteni-Trypillia) 문화시대에 몰도바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른 것으로 짐작됩니다. 당시 주민들은 밀, 보리, 수수, 귀리, 완두콩, 완두콩과 같은 곡물과 함께 앵두, 자두, 채소, 그리고 포도를 재배했으며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정착지에서 포도씨앗이 발견됐답니다.

몰도바 포도밭 전경. 푸카리 인스타그램
깊은 역사만큼 몰도바 와인과 포도나무는 몰도바의 문화, 신화, 민속, 전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몰도바공화국의 지도조차 포도송이와 비슷한 모양이라는 점입니다. 몰도바에서 와인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2%와 몰도바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며 150개 이상의 와이너리에 국민 25만 이상이 종사합니다. 특히 몰도바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의 3.8%와 경작지의 7%를 차지합니다.
샤토 크리스티 Vs 루이 자도. 최현태 기자
◆샤토 크리스티 Vs 루이 자도

아시아와인트로피 2024 부대행사로 열린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2024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심사위원 9명이 참여했습니다. 각종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챔피언 소믈리에 그룹, 국제와인전문가 과정 WSET 레벨4를 획득한 디플로마 그룹, 와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현직 기자와 여러 세계유명와인경진대회 심사위원을 두루 거친 박사 학위 소지 유튜버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 그룹 등에 전문가 패널 3명씩 배치돼 3라운드에 걸친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들도 관람석에서 함께 블라인드로 시음하며 같이 점수를 매겼습니다.

첫 번째 심사는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맞대결. 점수를 매기지 않고 더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와인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인스타그램
베일을 벗은 화이트 와인 A는 몰도바 와인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배럴 퍼먼트(Chateau Cristi Chardonnay Barrel Fermented) 2021. B는 프랑스 부르고뉴 유명한 생산자인 루이 자도 샤블리 프리미에크뤼 푸르숌므(Louis Jadot Chablis 1er Cru Fourchaume) 2021. 결과는 루이 자도의 7대2 승. 기자는 고민 끝에 B 루이 자도를 선택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선택이 갈렸습니다. 후각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양쪽에서 모두 우아한 샤르도네의 노트가 감지됐는데 팔렛에서 루이 자도의 엘레강스한 노트가 좀 더 도드라졌습니다. 아마 점수를 매겼다면 근소한 차이가 나왔을 겁니다. 대회를 참관한 프랑스 와인 전문수입사 배리와인의 이상황 대표는 “몰도바 샤토 크리스티도 충분히 좋았지만 품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타일의 문제였다. 조금 더 자연스럽고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 샤블리에 많은 분들이 손을 들어줬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합니다.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인스타그램
샤토 크리스티(Chateau Cristi)는 크리스티 가문이 수 세기 동안 이어온 가문의 와인 양조법을 부활시켜 몰도바 최고급 와인을 생산합니다. 몰도바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중 하나인 발룰 루이 트라이안(Valul Lui Traian)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은 바다의 영향을 받아 서늘한 기후를 띱니다. 특히 부르고뉴와 같은 북위 47도의 ‘와인벨트’에 있어 부르고뉴와 흡사한 샤르도네가 생산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샤토 크리스티 배럴 퍼멘티드 샤도네이는 부르고뉴처럼 처음부터 배럴발효를 합니다. 이렇게 양조하면 오크향이 튀지 않고 과일향과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섞입니다.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는 배럴 발효하지만 부르고뉴와는 좀 다릅니다. 부르고뉴는 발효와 숙성 모두 프랑산 오크를 쓰지만 이 와인은 프랑스산 아카시아 배럴에서 발효하고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산 오크 배럴에서 5개월 숙성해 레이어가 다양한 복합미를 보여줍니다. 한 해에 6600병만 생산합니다. 사과, 복숭아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서 멜론 등 과하지 않은 열대과일향이 더해지고 우아한 바닐라 노트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기름기 적은 안심, 돼지고기, 닭고기와 잘 어울리며 과일, 올리브, 피스타치오, 견과류와 궁합이 좋습니다.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CMB 골드 메달. 인스타그램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문두스 비니 골드 메달. 인스타그램
샤토 크리스티 샤르도네 길베르 & 가이야 더블 골드 메달. 인스타그램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와인경진대회 문두스비니(Mundus Vini)에서 2019년, 2020년, 2021년 골드메달을 받았고 역시 2022년 세계 3대 와인경진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selles·CMB)에서 2020 빈티지가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또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유명 와인가이드 길베르 & 가이야르(Gilbert & Gaillard)가 올해 2022 빈티지에 더블골드(그랑골드)를 수여하는 등 많은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샤토 크리스티는 비니더스 코리아가 수입합니다.
몰도바 라다치니 리저브 Vs 샤토 르 퓌 뀌베 에밀리앙. 최현태 기자
◆라다치니 VS ‘신의 물방울’ 샤토 르 퓌

2라운드는 레드와인 맞대결. D는 몰도바 라다치니 리저브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Radicini Reserve Cabernet Sauvignon Merlot) 2019, E는 프랑스 보르도 샤토 르 퓌 뀌베 에밀리앙(Chateau Le Puy Cuvee Emilien) 2020입니다. 레드 맞대결은 몰도바 라다치니의 6대3 승. 세 그룹에서 각 2표씩 고른 평가를 받았습니다. 역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는데 라다치니가 좀 더 자연스러운 밸런스와 우아한 노트가 도드라졌습니다.

샤토 르 퓌 뀌베 에밀리앙.  인스타그램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샤토 르 퓌 2003.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21권에는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숲의 바닥에 깔려 있는 푹신한 대지와 같은 와인’으로 표현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등장합니다. 바로 샤토 르 퓌 퀴베 에밀리앙입니다. 2020 빈티지는 메를로 85%, 카베르네 소비뇽 7%, 카베르네 프랑 6%, 말벡 1%, 카르메네르 1%입니다. 샤토 르 퓌는 4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농약을 한 방울도 뿌리지 않고 오로지 오가닉으로만 포도를 재배한 생산자로 유명합니다.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24개월 오크숙성한 이 와인은 블랙베리, 꽃향기, 허브, 감초, 카시스, 흑연 등의 다채로운 풍미를 화려하게 펼쳐 보입니다.
Vasile Luca 라다치니 CEO 및 수석와인메이커. 최현태 기자
라다치니 리저브.   최현태 기자
라다치니 리저브는 몰도바의 대표 생산지 코드루(Codru)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를 블렌딩합니다. 역시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24개월 숙성합니다. 붉은 자두, 블랙베리, 카시스, 가죽, 바닐라가 어우러지고 벨벳같은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바비큐, 스테이크, 새우구이,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궁합이 좋습니다.
라다치니 와인. 최현태 기자
라다치니는 루마니아어로 ‘뿌리’ ‘기원’을 뜻합니다. 유구한 몰도바 와인의 역사를 한잔에 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이름입니다.1994년에 설립된 라다치니는 몰도바의 다양한 산지의 포도밭 1000ha에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3년 아시아와인트로피 골드메달 등 100여개 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다치니는 아베크와인에서 수입합니다.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심사 레드와인. 최현태 기자
◆몰도바 vs 보르도 그랑크뤼클라세

3라운드는 몰도바 레드 3종과 보르도 그랑크뤼클라세 2종의 맞대결입니다. A는 보르도 생테스테프의 와인 샤토 라퐁 로셰(Chateau Lafon Rochet) 2018, B는 몰도바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Purcari Freedom Blend) 2021, C는 푸카리 네그루 드 푸카리(Purcari Negru de Purcari) 2020, D는 보르도 생 줄리엥의 샤토 딸보(Chateau Talbot) 2020, E는 몰도바 카르페 디엠 배드 보이즈(Carpe Diem Bad Boys) 2018입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1위 카르페 디엠, 2위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 3위 푸카리 네그루 드 푸카리, 4위 라퐁 로셰, 5위 샤토 딸보로 1~3위를 모두 몰도바 와인이 휩쓰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자는 2위 샤토 딸보, 3위 라퐁 로셰를 선택했지만 역시 1위는 카르페 디엠을 선택했습니다. 이 와인은 챔피언 소믈리에 그룹이 2, 3, 5위, 디플로마 그룹이 1위, 2위, 5위, 미디어 그룹이 1위, 1위, 2위로 꼽아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날 행사가 몰도바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몰도바 와인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보르도 와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가격임에도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보일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카르페 디엠 와인.  최현태 기자
◆인생은 카르페 디엠

더스틴 호프먼(교사 존 키팅 역)이 주연을 맡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교사 키팅의 명대사 중 하나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입니다. 라티어로 ‘오늘을 즐겨라’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Casa Vinicola Luca) 대표 와인 카르페 디엠은 이런 문구에 충실하게 오늘 삶을 즐기는데 일조하는 가성비 뛰어난 몰도바 와인을 선보입니다.

몰도바 대표 품종.  몰도바와인협회
카르페 디엠 배드 보이즈는 페테아스카 네그라 45%, 사페라비 45%, 까베르네 소비뇽 5%, 메를로 5%로 잘 익은 블랙체리로 시작해 검은 후추향, 토스티한 빵냄새, 바닐라 등 다채롭고 깊이감 넘치는 부케와 농축미가 인상적입니다. 구조감이 매우 탄탄하고 농밀하며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프렌치 오크 바리끄에서 12개월 숙성하며 연간 6150병만 생산합니다. 페테아스카 네그라(Feteasca Neagra)는 몰도바,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스파이시하고 스모키한 과실 캐릭터, 좋은 탄닌 구조감이 있어 숙성 잠재력이 좋은 품종입니다.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 대표 레드 품종으로 풍미와 맛, 색, 탄닌, 구조감이 모두 풍부하고 숙성잠재력이 뛰어납니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 와인메이커 겸 오너 이온 루카. 최현태 기자
와이너리는 몰도바와 독일에서 와인을 공부한 열정이 넘치는 와인메이커이자 오너 이온 루카(Ion Luca)가 4대째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루카는 몰도바의 떼루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장 몰도바스러운 와인을 생산합니다. 클래식하지만 최신 트렌드도 잘 버무립니다. 이온 루카는 몰도바와인소매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8년째 협회를 이끌며 몰도바 와인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카르페 디엠은 WS통상에서 수입합니다.
푸카리 와이너리 전경.  홈페이지
◆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 푸카리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영국의 조지 5세와 빅토리아 여왕,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 2세까지. 이들이 공통으로 사랑한 와인이 있답니다. 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인 샤토 푸카리(Chateau Pucari)입니다. 이 와인은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즉위식에도 사용됐고 지금도 영국 왕실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여왕의 와인’ ‘러시아 황제의 와인’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1827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베사라비아(Bessarabia) 지역 최초의 와이너리로 샤토 푸카리를 지정하고 전문와인제조 허가장을 내리는 특별 법령을 발표합니다. 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가 샤토 푸카리인셈입니다. 베사라비아는 제정 러시아 시절 현재의 몰도바 땅을 일컫던 역사적 지명입니다.

하지만 푸카리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전인 12세기까지 올라갑니다. 이미 12세기 말 몰도바의 와인 산업은 동남부 유럽 경제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몰도바가 포도 재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지녔기 때문인데, 특히 몰도바에서도 푸카리 마을 포도밭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보르도와 위도, 토양, 기후가 매우 흡사한 덕분입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을 이를 간파하고 18세기부터 푸카리 마을의 아곤 조그라프(Agon Zograf) 수도원와 파트너십을 맺고 특별한 와인을 만들어 내면서 푸카리의 와인 역사가 시작됩니다.

푸카리 네그루 드 푸카리. 최현태 기자
푸카리는 1878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바로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2024에서 3위를 차지한 네그루 드 푸카리(Negru de Purcari) 입니다. 카베르네쇼비뇽 55%에 조지아 토착품종 사페라비(Saperavi) 40%, 몰도바 토착품종 라라 네그라(Rara Neagra) 5%를 섞어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18개월 숙성합니다. 코에 갖다대면 블랙체리, 블랙플럼 등 검은과일과 무화과, 샤프란 등의 허브향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 진한 쵸콜릿향이 올라옵니다. 단단한 골격을 지녔지만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신선한 산도가 잘 뒷받침되는 밸런스가 좋은 와인입니다.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 최현태 기자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2024에서 2위를 차지한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Pucari Freedom Blend)는 조지아 토착품종 사페라비(Saperavi) 65%, 몰도바 토착품종 라라네그라(Rara Neagra) 20%, 우크라이나 토착품종 바스타르도(Bastardo) 15%를 섞어서 프렌치 오크배럴에 12개월 숙성합니다. 신 체리, 레드체리, 크랜베리, 붉은 건포도향으로 시작돼 온도가 오르면 말린 자두로 이어지고 스파이시한향과 숲속의 젖은 흙, 가죽 등 3차 풍미도 잘 느껴집니다. 세 나라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 세가지를 섞은 이유가 있습니다. 몰도바, 조지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20주년을 맞은 2011년 탄생한 와인으로 ‘결코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모든 사람들의 와인이며, 자유의 와인’이란 철학을 담았답니다. 이 때문에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는 ‘조지아의 심장’ ‘몰도바의 떼루아’ ‘우크라이나의 자유정신’이 모두 깃든 와인이라 불립니다.
푸카리 피노누아 드 푸카리. 최현태 기자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15권에도 ‘영국 왕실에서 사랑하는 몰도바 공화국의 숨은 명주’로 푸카리 와인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토착품종이 아닌 피노누아입니다. 몰도바와인협회에 따르면 몰도바 피노누아 생산량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를 정도로 피노누아 생산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피노누아 드 푸카리(Pinot Noir de Pucari)는 유럽와인의 클래식한 품격에 신세계가 주는 발랄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매혹적인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며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6개월 숙성합니다. 딸기, 레드체리, 라즈베리의 과일향, 제비꽃향이 잘 표현되고 벨벳같은 탄닌과 과하지 않은 오크숙성에 오는 깊은 복합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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