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맡은 정부효율부, 기대감 크지만 현실성은 과연?
트럼프 “정부 외부서 조언·지침 제공”
자문 위라면 의회 승인 얻어야 예산 삭감 가능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 99개면 충분하다”, “정부 지출에서 낭비를 근절해 2조 달러(약 2810조8000억 원)를 삭감하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12일(현지 시각) 지명된 이후 엑스에 이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머스크는 정부효율부를 통해 연방 정부의 예산과 운영을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 연방 정부를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현재 정부효율부의 역할과 법적 지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가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백악관, 관리예산국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2026년 7월 4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에 권고는 하겠지만, 의회가 따를 필요는 없는 조직이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이 공공 및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연방자문위원회법에 의거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머스크와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이 된 비벡 라마스와미에게 공식 직함이 부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주식 백지 신탁처럼 제약을 받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 위원회 수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개인 자산을 공개하거나,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 트럼프는 교육부 폐지 언급했으나, 머스크는 입장 밝히지 않아
우선 트럼프와 머스크, 라마스와미의 기존 발언을 바탕으로 정부효율부가 타깃으로 삼는 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를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부르면서 대선 운동 기간 교육부를 폐쇄하고, 정책과 자금 조달 통제권을 주(州)에 되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역시 지난달 열린 엑스(X·옛 트위터) 내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수입 범위 안에서 살아야 한다”며 “모든 품목, 모든 비용을 살펴보고 이게 진짜 필요한가 묻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며 교육부를 예로 들었다. 교육부가 진보적인 정책을 아이들에게 세뇌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머스크는 교육부 폐지 자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라마스와미는 대선 운동 기간, 작은 정부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연방 인력을 최대 75% 없애겠다는 것이 골자다. 라마스와미는 “선출되지 않은 관료 무리가 혁신을 저해하고 미국 국민이 투표로 표시한 욕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마스와미의 구상안에는 교육부를 폐쇄하고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노동부로 이전하는 것, FBI를 폐지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1만5000명의 특수 요원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 원자력 규제 위원회를 폐지하고 그 업무를 다른 부서로 이전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CNN에 따르면 현재 약 230만 명이 연방 정부에 고용돼 있고, 이 중 약 60%가 국방부, 국토안보부에 근무한다.
◇ 2조 달러 삭감? “현실에 관심 없을 때 할 수 있는 소리” 비판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일단 예산 전문가들은 연간 2조 달러에 가까운 지출을 삭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연방 정부가 지난 회계연도에 국방, 교육, 재향군인 건강 관리 및 기타 재량 항목에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보장, 의료보험, 재향군인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2조 달러의 지출을 줄일 경우, 나머지 예산은 62%까지 삭감돼야 한다. 이는 국방, 식량 지원, 난방 지원, 주택 지원, 식품 안전 검사, 인프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CAP(Center for American Progress)에서 연방 예산 정책의 수석 이사를 맡고 있는 바비 코건은 “연방 정부 지출의 70% 이상이 사회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및 기타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개인에 대한 지불로 구성되어 있다”며 “현실 속에서 사는 데 관심이 없거나 그렇게 하는 데 따르는 주요 해로운 영향에 완전히 무감각하다면 연간 2조 달러 삭감을 제안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우파 성향인 맨해튼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브라이언 리들 역시 낭비, 사기 및 남용을 줄임으로써 실제로 절감되는 비용은 1500억~2000억 달러(약 210조7500억~281조8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이상의 추가 절감은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싫어하는 프로그램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이념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 행정부 밖 위원회 불과, 자문에 그치고 의회 승인 못 받을수도
정부효율부가 행정부 소속이 아닌 정부 밖에서 운영되는 위원회인 만큼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원하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 연방 의회는 예산에 관한 승인 권한을 갖고 있고, 정부효율부에서 예산 삭감 정책을 만든다해도 해당 정책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CNN은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하루 종일 예산 지출에 대해 조언할 수는 있지만, 선출된 의원만이 실제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회계사가 아니라 쇼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 역시 “정부효율부는 권고안을 제공하는 외부 위원회처럼 보인다. 역할이 자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정부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에 대해 제안할 수 있지만, 문제는 누가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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