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EBITDA 추정치로 8800억 몸값 산정한 MNC솔루션

배동주 기자 2024. 11. 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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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6시 1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주인인 K-방산업체 MNC솔루션이 상장 속도전에 나섰다. 상장예비심사 승인 하루 만인 지난 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공모 절차를 본격화했다. 아울러 코스피 연내 상장을 목표했다. 최근 방산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발맞춘 PEF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박’ 포석으로 풀이된다.

몸값으로는 최대 8820억원을 꺼내 들었다. 매 4분기 매출이 증가하는 계절성을 반영, 올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정치에 비교기업 EV(기업가치)/EBITDA 멀티플 24배를 적용했다. 다만 비교기업 EBITDA는 올해 반기 기준 1년 치로 규정하면서 ‘기준을 달리한 무리한 몸값 산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MNC솔루션 공장 전경. /MNC솔루션 제공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NC솔루션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상장 적격 판정으로 상장예비심사 심사 승인 결론을 낸 지 하루 만이다. MNC솔루션은 지난 5월 KB증권과 상장 주관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만인 8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MNC솔루션은 올해 코스피 마지막 IPO 주자로, 연내 상장을 목표했다. 당장 오는 29일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을 앞두고 26일부터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공모가를 확정해 내달 5일부터 6일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예정했다. 예정대로라면 12월 중순이면 코스피에 입성한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신주 150만주, 구주매출 150만주 등 총 300만주를 모집한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신청 당시 200만주 모집을 계획했지만, 100만주 추가 모집을 정했다. 공모비율은 31.7%로 같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8만원에서 9만3000원으로,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2790억원, 시가총액은 8820억원이다.

MNC솔루션의 상장 속도전 뒤에는 PEF 운용사가 자리하고 있다. MNC솔루션의 최대주주는 PEF 운용사로,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소시어스PE)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기업재무안정 주식회사(SPC)를 활용, MNC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MNC솔루션 인수 당시 활용한 펀드의 만기가 내년까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말 펀드 만기와 1년으로 설정한 의무보유 확약 기간(락업) 이후 지분 매각을 고려한다면 올해 내 상장이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방산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서두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방산주는 국내 주식시장 투자심리 위축에도 주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MNC솔루션과 주관사가 기업가치 산정 비교회사로 정한 종합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의 주가가 올해 초 대비 두배로 올랐다. K-방산 해외 수주가 잇따르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분쟁까지 방산주 관심도 높아진 영향이다.

다만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MNC솔루션과 주관사의 기업가치 산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 방식으로 EV/EBITDA 평가 방법을 활용한 상대가치 산출을 택했는데, 비교기업과의 EBITDA 산정 시점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EV/EBITDA 배수를 부풀리고 MNC솔루션 몸값은 띄우는 꼼수라는 평가다.

MNC솔루션과 주관사는 구체적으로 올해 연간 EBITDA를 398억원으로 추정한 뒤 비교기업인 LIG넥스원과 퍼스텍의 EV/EBITDA 24배를 적용했다. EBITDA 398억원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EBITDA 209억원에 4분기 추정 189억원을 더한 수치다. 4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라 추정치를 몸값 산정 기준으로 끌어왔다.

그런데 비교기업의 EBITDA는 올해 추정치가 아닌 지난 상반기 기준 최근 1년 치로 제한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자사 몸값에는 반영하면서 비교기업에선 배제한 것이다. 그러면서 비교기업의 주가는 2분기 말이 아닌 최근 시점으로 정했다. EBITDA는 낮추고 기업가치는 올리면서 EV/EBITDA 배수는 높아졌다.

증권가에선 LIG넥스원도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관사인 KB증권 리서치센터만 해도 12일 ‘점진적인 실적개선 기대’라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244억원으로 추정했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 추정에 유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한 LIG넥스원의 EV/EBITDA 배수는 17배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관사 측은 “IPO 공모가격 산정과정에서 추정 실적을 사용한다고 해도 비교기업의 멀티플은 과거 실적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공시되지 않은 타사의 추정 실적을 사용해 추정 EV/EBITDA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주관이 개입되고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NC솔루션은 이 같은 방식으로 도출한 주당 평가가액 11만5412원에 30.68%~19.16%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8만~9만3300원을 책정했다. 최근 2년간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 평균 할인율(29.80%~16.36%)을 적용했다는 설명이지만, 자사 EBITDA는 미래에, 비교기업 EBITDA는 과거에 둔 만큼 할인율을 더 높여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NC솔루션의 멀티플 부풀리기는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소시어스PE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구주매출로 투자금 일부 회수 방안을 택했기 때문이다. 150만주 구주매출로 약 1400억원을 회수할 전망이다. 소시어스PE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최초 몸값 1조원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방산주 주가가 최근 1년간 크게 올랐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크게 무리하지는 않으리라고 봤는데 예상과 달랐다”면서 “최근 새내기주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급락하는 등 공모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대로라면 공모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산주 주가가 올해 연말 ‘피크아웃’(고점도달 후 하락)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가 호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KPMG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리포트에서 “자국 우선주의는 미국 조달시장 접근성을 저하시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촉발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MNC솔루션의 전신은 두산그룹 산하의 모트롤이다. 두산그룹이 2021년 그룹 구조조정 일환으로 모트롤을 시장에 내놓자 소시어스PE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들였다. 당시 민수 부문을 포함한 모트롤 지분 100%를 약 4340억원에 인수했다. MNC솔루션은 모트롤의 방산 부문으로 분할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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