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시절, 책 선물해준 은인 찾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사연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재원(40) 작가가 약 20년전 노숙자 생활을 하던 시절 자신에게 책을 선물해 준 은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 작가는 13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을 통해 “제 사연과 일치하는 분이 계시거나 알고 있으신 분이 있으시면 제 인스타그램 DM(메시지)으로 연락을 꼭 부탁드립니다. 노숙자에게 친절을 베푼 소중한 분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소 작가에 따르면, 소 작가는 20대 초반 노숙자 생활을 하던 당시 서점을 자주 찾았다. 소 작가는 “달리 갈 곳도 없었고, 역보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가 장소였다”고 했다.
그렇게 서울역 인근의 한 서점에서 사흘째 책을 읽던 날, 소 작가는 손님에게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한 직원으로부터 쫓겨났다. 소 작가는 “날 벼르고 있던 직원이 ‘냄새난다고 항의 들어왔다, 나가달라’고 말했다”며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서점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이때 다른 직원이 “저기요”라며 서점을 나서던 소 작가에게 달려왔다. 소 작가를 불러 세운 직원의 손에는 책 한권이 들려있었다. 직원은 소 작가에게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며 책을 건넸다. 이에 소 작가는 “나중에 제가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소 작가가 선물받은 책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었다”며 “낯선 이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 당황스러웠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이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소 작가는 자신에게 책을 선물한 직원을 향해서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잘 지내시나요? 당신 덕분에 괜찮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에서 소 작가는 “당신께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며 “이제 만나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당신의 이름도 무척이나 궁금하다”며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고 했다.
소 작가 사연에 온라인상에서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 “두분 꼭 만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소 작가는 “저도 간절하다. 더 시간이 흐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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