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함구하더니”…디즈니가 실적 전망치를 스스로 공개한 이유는
2026~2027년, 주당 순이익은 두 자릿 증가
적자 시달리던 스트리밍·영화 부문 안정화
‘전설적인 CEO’ 밥 아이거의 대수술 영향
미국 ‘미디어 공룡’ 월트디즈니컴퍼니가 14일(현지 시각)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향후 3년 간의 실적 예상치도 공개했다. 디즈니가 그동안 미래 실적에 대한 전망을 거의 밝혀오지 않았던 탓에, 현지 언론들은 디즈니의 실적 전망 발표가 이례적인 행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디즈니는 이날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분기 매출 226억 달러(약 32조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14달러(약 160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25년에는 스트리밍 사업 부문에서 약 10억 달러(약 1조4060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주당 순이익은 2026~2027년 각각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즈니의 이례적인 실적 전망 발표가 나온 이유는 디즈니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안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즈니+, 훌루, ESPN+를 거느리고 있는 디즈니는 지난 5년 간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작년 3분기만 해도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은 3억8700만달러(약 5441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전의 신호가 나온 건 지난 2분기부터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디즈니의 스트리밍 부분은 지난 2분기 4700만 달러(약 661억원)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에는 3억2100만 달러(약 4513억원)의 이익을 냈다. 불과 1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7배 증가한 것이다. 분기당 10억 달러의 손실을 내기도 했던 스트리밍 부분은 이제 10억 달러의 이익이 예상되는 ‘알짜 사업’으로 거듭났다.
‘더 마블스’ 등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던 대작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하면서 흔들렸던 영화 부문도 어느 정도 안정화 돼 디즈니의 자신감을 키웠다. 작년 3분기 1억4900만 달러(약 2095억원)의 손실을 내던 디즈니의 영화 부문은 올해 3분기 3억1600만 달러(약 4443억원)의 이익을 냈다. ‘인사이드 아웃 2′와 ‘데드풀과 울버린’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덕분이다. 이달 개봉 예정인 ‘모아나 2′와 다음 달 개봉 예정인 프리퀄 ‘무파사: 더 라이온 킹’도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즈니 부활의 신호탄을 쏜 주역으로는 ‘전설의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꼽힌다. 지난 2005년부터 약 15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낸 아이거는 재임 중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20세기 폭스 등을 인수해 디즈니를 지금의 ‘콘텐츠 왕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다. 아이거는 지난 2020년 디즈니를 떠났지만 디즈니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지면서 퇴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아이거는 디즈니에 복귀하자 마자 디즈니의 위기를 부른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와 사실상 결별했고, 실적이 부진한 마블 주요 임직원을 전격 해임한 것은 물론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또 OTT의 구독료를 올리고, 고정 시청자를 확보해주는 스포츠 중계권을 따냈다. 이같은 아이거의 노력에 디즈니는 차츰 정상궤도를 찾아갔고, 3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시장에선 디즈니의 주가를 억누르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휴 존스턴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조차 “우리는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응하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디즈니의 주가는 장중 11%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5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디즈니의 주가는 전날보다 6.29% 오른 109.12 달러(15만 3422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전통적인 텔레비전 사업이 쇠퇴하면서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ABC, FX,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즈니 채널 등)의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테마마크 부분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존스턴 CFO는 지난 8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부 미국인들이 휴가 지출을 줄이고 있고, 해외 테마파크는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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