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식혀라! 198개국 ‘쩐의 전쟁’ 현장 [The 5]

송경화 기자 2024. 11. 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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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아제르바이잔 COP29
기후정의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9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고 집단학살을 멈춰라”, “인권 없이는 기후 정의가 없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막한 29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닷새째 열리고 있는데요. 전 세계 198개 나라에서 온 6만6000명이 기후위기 극복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중입니다. 이번 회의는 ‘기후위기 부정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등 여러 악재 속에서 열렸는데요. 지구인들은 위기 탈출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바쿠에서 취재 중인 지구환경부 윤연정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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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지금 현지 분위기는 어때요?

윤연정 기자: 회의가 시작될 때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던 게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잖아요. 의장국 아제르바이잔이 산유국이자 인권탄압·독재 국가로 뽑히는 점도 논란이었고요. 그래서 아예 불참한 환경단체들도 있었거든요. 실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조연설에서 “석유와 가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점점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어요. 영국 덕분인데요. 노동당 대표이기도 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2일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81%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어요. 영국은 지난 140년 동안 화석연료를 사용한, 산업화의 대표 국가잖아요. 기존 목표 78%에서 81%로 상향한 거라,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The 2] 영국이 그랬군요. 그런데 2035년이요?

윤연정 기자: 아, 그건 캅(COP)21, 즉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 때 체결된 ‘파리협정’ 때문인데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1.5℃ 안으로 제한하기로 그때 약속했잖아요. 그때 ‘2035년까지 얼마나 줄일지’를 각자 밝히기로 했습니다. 각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년 2월 안으로 발표해야 하거든요. 영국은 이번에 선도적으로 발표한 거고요.

우리나라는 목표치를 일찍 발표할 생각은 없단 입장인데요. 사실 기후위기 논의에서 한국은 위치가 애매해요. 영국 등 산업화를 선도한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더 오래 더 많이 사용해온 만큼 개발도상국을 위해 기후재원을 마련하는 게 이번 캅29를 비롯한 국제회의들의 주된 안건인데요.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거든요.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지던 1992년을 기준으로 국가들을 분류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한국도 큰 경제 성장을 이뤘고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있잖아요. 그래서 선진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 중국,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 공여국에서 빠져 있는 경제 강국들에게 ‘너네도 함께 돈을 내!’라고 촉구하는 중입니다.

[The 3] 결국 ‘돈’이 이슈군요. 쟁점이 구체적으로 뭐죠?

윤연정 기자: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를 정하는 건데요. 앞서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회의(COP16)에서 선진국들이 매년 1000억 달러(140조6300억원)를 내기로 했거든요. 이 돈은 개도국의 기후위기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쓰이는데, 2025년까지 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선 그 이후 새로운 기후재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돈을 또 누가, 어떻게, 얼마나 모을지 새 목표를 협의하는 거죠. 지금 선진국들은 민간 기업도 공여자로 포함시키자고 하는 반면 개도국들은 반대하는 등 이견이 많긴 한데요. 금액을 두고도,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촉구하고 있고요. 오는 22일 폐막 전까지 198개 나라가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는 게 목표입니다.

12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참석한 각국 정상급 대표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모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담당 국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바쿠/AP 연합뉴스

[The 4] 합의가 쉽진 않겠어요. 그런데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해 세 번 연속 산유국에서 열리는 거라면서요. 그건 왜 그래요?

윤연정 기자: 관련해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번에 원래 동유럽 차례였는데,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속한 나라가 하는 것을 반대했어요. 남은 선택지가 아르메니아랑 아제르바이잔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걸 처음엔 반대했다가, 아제르바이잔에 수감된 자국민 석방을 조건으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합니다. 일종의 ‘딜’이 있었던 거죠.

유럽연합의 경우, 지금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를 수입하고 있거든요. 2027년까지 2배로 수입량을 늘릴 예정이고요. 결국 정치적인 문제로 이번에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게 된 셈이죠.

그런데 내년 회의(COP30)도 산유국에서 열려요. 브라질이요.

​[The 5] 기후위기가 워낙 오래 지속하다 보니 덤덤해지는 거 같아요.

윤연정 기자: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올해 한국에서도 심각한 폭염을 겪었잖아요. 확 와 닿지 않았어요? 이젠 기후위기가 내 눈에 안 보이는, 저기 멀리 작은 섬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체감했을 거예요.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면, 처음엔 모르는 섬나라 사람들이 먼저 피해를 보고, 그다음은 우리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 앞에 몇 명이 서 있는 것뿐이지, 순서가 다가오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 점을 잘 생각해보고, 이번 회의에 대해서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저도 바쿠에서 기사로 계속 소식을 전할게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기후위기 현황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휘클리에서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하기.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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