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4] “위고비 전자약도 가능”…뇌 작용 원리 최초로 밝힌 의사과학자

염현아 기자 2024. 11.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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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후덕한 몸매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여받고 14㎏를 감량했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샤라웃(shout out·특정인 언급 또는 칭찬)'을 받았다.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안겨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어떤 원리로 그런 효과를 내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후 최 교수는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를 약에만 맡기지 않고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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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호르몬이 뇌 자극해 ‘그만 먹으라’ 신호
의사서 과학자 변신…“근원 찾아 환자에 더 도움”
작용 원리 활용한 연구多…위고비, 치매 대상 임상 중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 4월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실에서 비만과 뇌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후덕한 몸매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여받고 14㎏를 감량했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샤라웃(shout out·특정인 언급 또는 칭찬)’을 받았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이 약으로 약 40㎏를 뺐다. 위고비는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키며 ‘꿈의 비만 치료제’로 떠올랐다.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안겨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어떤 원리로 그런 효과를 내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회사는 원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출시했다가 투여 환자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자 같은 성분의 위고비를 개발했다.

위고비의 비밀을 세계 최초로 뇌과학 수준에서 풀어낸 사람이 바로 의사과학자인 최형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다. 최 교수가 케빈 윌리엄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와 함께 밝혀낸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이후 최 교수는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를 약에만 맡기지 않고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시켰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이 GLP-1 유사체가 식사 전 포만감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혔다./서울대

위고비의 열쇠는 바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였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GLP-1 호르몬이 나와 ‘배불러, 그만 먹어야지’라는 신호를 준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낸 GLP-1 유사체이다. 위고비가 몸에 들어가면 입천장 바로 위쪽에 있는 뇌 영역인 시상하부 가운데와 등쪽에 있는 신경세포를 통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느끼도록 한다. 시상하부는 대사과정과 자율신경계를 조절한다.

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내과학 석사와 분자유전체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2015년 서울대병원과 충북대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의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만났다. 어느 날 한 환자가 병실 서랍에 몰래 숨겨둔 과자를 발견하면서 환자들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3년간 당뇨 환자를 보다가 음식 중독 연구에 매진해서 근본 원인을 찾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최 교수는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로 자리를 옮기며 임상의사에서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최 교수는 현재 GLP-1의 작용 원리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약 복용이 아닌 두피 전기 자극을 활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전자약 개발에도 돌입했다.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최근 최 교수가 밝혀낸 작용 원리를 바탕으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GLP-1 유사체를 활용한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 GLP-1 물질이 당뇨, 비만을 넘어 심혈관 질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등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들이 쏟아져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들도 진행 중이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등 뇌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공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40~70% 줄여 실험에 쓰인 다른 GLP-1 유사체 계열의 약물 7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위고비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사샤 세미엔추크 한국노보노디스크 대표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해 GLP-1 유사체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은 매우 어려운 연구 분야이지만, 현재 노보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최형진 교수는 오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제12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 특별 강연자로 나선다. HIF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다. 최 교수는 여기서 뇌과학으로 비만과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약과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개발 동향을 소개한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j2537

Alzheimer’s & Dementia(2024), DOI: https://doi.org/10.1002/alz.14313

◎2024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행사 개요

△행사명: 2024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일시: 11월 21일 09:00~17:00

△장소: 서울 웨스틴 조선 그랜드볼룸

△주제: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선비즈

△등록·참가비: https://e.chosunbiz.com

△이메일: event@chosunbiz.com

조선비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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