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최후통첩, 어도어의 지혜가 과연 통할까"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뉴진스, 사진=어도어

결국 파국이다. 하이브와 레이블 어도어, 그리고 어도어 소속 걸그룹과 민희진 전 대표의 이야기다. 양측의 균열은 이미 지난 4월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주를 기점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마 누구도 쉽게 입에 담지 없었던 '전속 계약 해지'라는 키워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미 '강대강' 대결 구도인데, 일단 어도어는 "지혜롭게 해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과연 어도어의 지혜가 통할 수 있을까?

#동시에 움직인 뉴진스·민희진 전 대표

뉴진스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은 '소송 전 단계'로 분류된다. 그들은 크게 7가지 시정을 요구했다.
　▲하이브가 '뉴(뉴진스를 지칭)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결정을 한 데 대해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 ▲하니를 '무시해'라고 한 매니저에 대해 어도어의 조치 ▲하이브 PR(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폄하한 데 대한 조치 ▲뉴진스가 연습생 시절이던 당시의 사진, 동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무단 공개에 대한 조치 ▲'밀어내기'에 의해 뉴진스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불필요한 분쟁, 뉴진스의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해결 ▲민희진의 대표직 복귀 등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도어가 과연 위 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를 모두 수용하는 순간, 그동안 어도어와 하이브가 내세운 방어 논리가 모두 무너진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 전 대표의 복귀는 법원에서도 '각하' 처리했다. 즉 대표 해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으며, 뉴진스가 이를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뉴진스는 이를 요구했다. 처음부터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뉴진스는 이번 내용 증명에서 "14일 유예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요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면서 "모든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파탄된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할 길이 없고, 결국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여기서 핵심은 '모든'이다. 7가지 요구 사항 중 1개라도 빠지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어도어

아울러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주주 간 계약'의 핵심 요소인데,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이를 기반으로 본다면 약 260억 원 정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주주 간 계약의 유효성 여부를 두고 하이브와 민 전 대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왜 민 전 대표는 이 시점에 풋옵션을 행사했을까? 뉴진스가 데뷔한 2022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민 전 대표가 내년 이를 행사하면 더 많은 이익을 노릴 수 있다. 그럼에도 민 전 대표는 이 시점에 사실상 '탈 하이브'를 선언한 것이다. 게다가 유사한 시기, 뉴진스 역시 '전속 계약 해지'를 거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해석된다. 뉴진스는 하이브와 어도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사항을 던졌고, 결국 전속 계약 해지 수순을 밟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과연 가능할까?

이제 다툼의 구도가 바뀌었다. 그동안은 '하이브 vs. 민희진'이었다. 이제는 '뉴진스 vs. 어도어'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IP가 뉴진스이기 때문이다. 뉴진스 없는 어도어가 껍데기에 불과하듯, 풋옵션까지 행사하려는 민 전 대표 역시 뉴진스 없는 홀로서기는 의미가 크게 축소된다. 여기서 뉴진스는 계약 관계가 형성된 어도어와의 절연을 사실상 선언했다. 

뉴진스는 14일이 지난 후,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확률이 높다. 뉴진스는 내용증명으로 요구한 시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그 '합리성'을 따질 것이다.

민희진 전 대표, 사진=스타뉴스DB

하지만 더 궁극적인 문제가 있다. 뉴진스는 이번 내용증명에서 "이미 어도어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모든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파탄된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할 길이 없다"는 문구도 있다. 즉 핵심은 '신뢰 파탄'이다. 실제로 연예기획사와 아티스트의 팽팽한 의견을 조율할 수 없을 때, 법원은 신뢰 파탄을 이유로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적잖다. 

게다가 하이브와 어도어는 최근 국감에서 드러난 내부 문건 등으로 인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런 부분이 뉴진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신뢰 파탄'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뉴진스가 언급한 '14일 후'는 오는 27일이다. 어도어는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어도어가 어떤 '지혜'를 발휘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봉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