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범죄·폭력·혐오…‘기후 괴물’이 부추긴다

구둘래 기자 2024. 11.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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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에는 함무라비 전통이 있다고 한다.

우리 팀 타자가 몸에 공을 맞고 왔으면 나도 상대팀 타자 몸에 공을 맞히는 관행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산불, 태풍, 가뭄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 몸이 기후변화의 산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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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한 시민이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l 추수밭 l 2만2000원

야구계에는 함무라비 전통이 있다고 한다. 우리 팀 타자가 몸에 공을 맞고 왔으면 나도 상대팀 타자 몸에 공을 맞히는 관행이다. 2011년 미국 경제학자는 456만 건 이상의 투수와 타자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어떤 요인이 투수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다각적으로 요인이 제기되었지만 결론은 ‘기온’이었다. 15주간 이루어진 차도에서의 ‘경적 유발 실험’도 있다. 32℃에서는 얌전하던 운전자들은 38℃가 되면 3분의 1이 경적을 길게 울렸다. 더위는 강력범죄, 가정 폭력, 혐오 표현을 늘어나게 한다. 더위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번식,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각성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각각 루게릭병, 수막염의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산불, 태풍, 가뭄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 몸이 기후변화의 산증인이다.

이상기후의 빈발로 인해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면 뇌에서는 ‘기후 망각’이 발생한다. 고작 30년간의 평년기후를 비교하는 ‘기후평년값’이라는 시스템은 이런 ‘능동적 망각’을 부추긴다. 86년 전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벽은 손톱만 한 크기로 변했지만 그 기억은 사진으로 비교할 때에야 명확해진다. 서서히 삶아져 가는 개구리는 냄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망상을 일으키는 뇌를 연구한 칼 프린스턴의 최신 이론에서는 “놀라움을 최소화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지탱할 감각 증거를 최대화하는 것”이라는 난해한 말로 표현된다. ‘놀라움의 최소화’는 상호작용적이다. 이는 개별 생명체를 넘어 종으로 시야를 넓히라는 권유로 이어진다. 저자는 기후불안의 대응책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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