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 이끌려 간 곳에 자두·무더지…눈길 끄는 ‘콜라보’
중소 콘텐츠 기업과 대기업 매칭
중소기업 중심 IP생태계 조성 목표
대·중소기업 모두에 ‘윈윈’ 효과
지난 4일 찾아간 경기도 수원역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트리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트리핀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수원역사에 자리잡고 있는 많은 카페 중 이 카페를 특별히 눈에 띄게 만드는 점은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 캐릭터로 카페를 꾸몄다는 점이다. 카페 곳곳은 ‘안녕 자두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장식돼 있고, 카페 한쪽에는 굿즈 판매 코너도 갖추고 있으며, 식음료 역시 ‘자두 스무디’ ‘자두 애플티’ 등 캐릭터를 활용해 구성돼 있었다. 캐릭터 음료나 굿즈를 구매할 경우, 선물 증정 또는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도 다양하게 벌이고 있었다.
코레일유통이 직접 운영하는 이 카페는 지난달 3일부터 ‘안녕 자두야 콜라보 테마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역은 극장, 백화점 등을 갖추고 있어 철도 이용 고객뿐만 아니라 학생·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은 상업지구다. 카페 트리핀은 ‘자두’ 캐릭터를 널리 알리면서 동시에 수원역을 오가는 어린이·청소년·가족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이런 콜라보를 결정했다. 이형진 코레일유통 전략기획본부 모빌리티혁신처장은 “원래 엄마와 아이 또는 가족 단위 고객은 카페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테마카페로 바뀐 뒤에는 아이들이 여길 그냥 지나치질 않으니까 방문객이 늘어서 전월 대비 매출이 135%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어린이·학생 고객들은 카페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느라 바빠 보였다. 엄마 손을 끌고 카페에 들어온 이은지(11)양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자두가 있어서 너무 신기해서 들어왔다”며 음료를 시킨 뒤 카페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이러한 협업의 배경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콘진원의 ‘아이피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은 대기업·공기업과 중소 콘텐츠 기업의 매칭을 통해 중소 콘텐츠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제작·사업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아이피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는 수백개의 중소 아이피가 있는데, 이들 아이피는 대기업과의 접촉이 쉽지 않고, 대기업은 수많은 아이피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 둘 사이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거나 ‘윈윈’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연결을 찾아내고 지원을 하는 것이 콘진원의 역할이다.
이 사업은 특히 한 단계 더 도약을 원하는 중소 아이피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안녕 자두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아툰즈의 이원희 부장은 “아이피 산업은 애니메이션과 콘텐츠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이종 산업과의 협업과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련 상품을 만들고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데, 콘진원이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고 방문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7년에 시작된 원작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되고, 2010년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20대가 됨으로써 ‘자두’가 유아동부터 부모까지 즐길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에 테마카페와 같은 공간 사업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매칭 지원을 받게 돼 더욱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유통은 또 다른 중소 아이피인 ‘무더지와 흙덩이’를 활용한 칫솔·치약과 가글 등 구강용품 2종 세트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 아이피를 보유하고 있는 블리쏠의 강다은 대표는 “하얀 ‘무’를 소재로 개발된 무더지 캐릭터가 위생적인 구강용품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져 콜라보가 성사됐다”며 “지금까지 콘진원의 지원으로 여러 대기업·공기업과 협업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베트남, 중국 등의 시장도 두드릴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유해 성분이 없는 구강용품으로 개발된 이 제품들은 다음달부터 코레일유통의 전국 230여개 직영 편의점인 스토리웨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이들 콜라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진 코레일유통 모빌리티혁신처장은 “고객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자사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고 우리는 중소 아이피의 판로 개척과 상생할 수 있어서, 진작 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로 보람 있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캐릭터를 지원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주형 콘진원 주임은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 아이피 기업이 만나서 콜라보를 하면 홍보를 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빌드업 사업은 홍보를 넘어서 중소 아이피가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적인 취지였다”며 “이번 사업으로 중소 아이피의 경제적 효과와 연관 산업의 콜라보가 시너지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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