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0억" 도박꾼 1500명 우르르…'환전 앱'으로 경찰 추적 피했다
가상계좌 활용 환전 앱 개발한 운영사 대표 등 628명 검거
가상 계좌를 이용한 환전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전국 100여개 홀덤펍 가맹점을 모집해 수십억원대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형법상 도박 장소 개설 및 도박 등 혐의로 비대면 환전 앱 운영사 관계자와 가맹점주 등 6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업체 대표 50대 A씨는 앞서 불법 홀덤 대회를 개최한 혐의로 경기 부천원미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중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앱 운영사 관계자 7명은 지난해 10월4일부터 올해 5월3일까지 도박 행위자들을 유인해 가맹 계약을 맺은 홀덤펍에서 게임을 하게 한 뒤 가상 계좌를 이용한 환전 앱에 있는 쿠폰을 현금으로 바꿔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 앱 운영사 관계자들은 결제대행사 가상계좌를 이용할 경우 수사 기관의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비대면 환전 전용 앱을 개발했다. 도박 행위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할 때는 회사 명의가 아닌 결제대행사의 이름이 뜨게 해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고 추적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전국에 있는 홀덤펍 104개를 직접 찾아 영업하며 "이 앱을 사용하면 금융거래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앱 포인트를 편의점 등 제휴거래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으로 변경할 수 있어 불법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앱을 휴대전화에 다운받아 설치한 뒤 회원가입 후 결제대행사를 통해 지정된 가상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면 포인트가 충전됐다. 가맹 홀덤펍에 방문해 QR코드로 결제할 시 포인트가 차감되며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칩을 수령하는 방식이었다.
게임이 끝나면 상금은 앱에서 쿠폰으로 전환됐다. 이 쿠폰을 앱에서 판매하면 도박 행위자가 회원 가입을 할 때 입력한 계좌번호로 현금이 지급되는 구조였다.
가맹 계약은 맺은 홀덤펍 104곳 중 74%인 77곳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홀덤펍 업주들은 참가비나 시상금 정산이 앱을 통해 이뤄져 관리가 쉽다는 점에 가맹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기 부천시에 약 3305㎡(1000평) 규모의 전용 경기장을 설치해 10억원의 상금을 내건 불법 홀덤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열렸고 총 1500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맹 홀덤펍에서 예선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대회를 진행해 등수에 따라 상금을 지급했다. 전용 경기장에서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해 도박꾼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점은 본선 진출자를 선발한다는 이유로 10만원 상당의 참가비를 받고 예선전을 열거나 앱을 이용해 환전이 가능하다고 도박 행위자들을 끌어들이는 불법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 행위자들은 회사원, 전문직, 자영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로 밝혀졌다. 미성년자나 유명인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거된 홀덤펍 종업원 가운데 상당수는 20대로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점 때문에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앱 운영사 본사와 서버를 압수수색하고 홀덤펍 현장 단속을 진행해 장부와 계약서,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현재 해당 앱은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 게임을 단순 놀이 문화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최근 불법 홀덤펍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참가비를 받고 시드권과 상금을 지급하거나 앱을 이용해 환전하는 행위 등도 위법 행위이기에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홀덤펍 내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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