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중국인 혼수상태… 5억원 밀린 치료비에 병원 발 동동

김종훈 울산시의원이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울산의 한 병원에서 불법체류 중국인이 5년째 혼수상태로 입원하며 5억70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가 발생했으나 이를 받을 길이 없어 병원 측이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울산시의회 김종훈 의원은 지난 12일 진행된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미등록 외국인의 장기 치료비 문제를 지적하며 이 사례를 언급했다.

김 의원 등에 따르면, 중국인 A(52)씨는 3개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불법취업했다. A씨는 2019년 9월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해 12월 A씨는 울산의 B종합병원으로 전원됐고 현재까지 4년 11개월째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은 ‘국내 체류 외국인도 응급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응급의료법 제3조에 따라 A씨를 치료하고 있다. A씨는 비자기간이 만료된 미등록 외국인 체류자 신분으로 건강보험 혜택 등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도 다른 환자들에 비해 많이 드는 상황이다. 그간 미납된 치료비는 5억7000여만원이다.

병원은 A씨의 비자가 만료되기 전 출입국사무소,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등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가족의 한국 방문이 없으면 도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족 중 연락이 닿은 A씨의 작은 형은 형편이 어려우니 병원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당국, 중국 대사관과의 협조를 통해 2차례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

병원은 보건복지부, 서울국립의료원, 외교부 등에도 여러 차례 공문을 발송했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울산의 외국인 주민 비율이 3.8%로 전국 상위권에 속하며, 불법 체류자 또한 상당수 존재한다”며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병원이 외국인 응급환자들을 받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주부산 중국 총영사관이 주한 중국대사관과 본국에 보고를 한다고 했지만 응답이 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1차적으로 당사자 본국에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중앙부처에 협조를 얻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