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서 한강 못 건넌 ‘괴물미사일’…더 큰 북 ICBM, 대동강 건널까?
지난 10월1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현무-5’ 미사일이 최초로 공개됐다.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인 세계 최대 수준의 초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파괴력이 워낙 강력해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 미사일은 유사시 지하 100m에 있는 북한 전쟁지휘시설, 지하 군사기지 등을 관통해 파괴하려고 개발됐다.
현무-5는 9축(좌우 9개씩 18개의 바퀴)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 원통형 발사관이 얹어진 형태로 공개됐다. 군 당국은 현무-5의 제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공개된 외형으로 보면 2단 고체연료 엔진에 발사 중량 36t, 길이 16m, 직경 1.6m, 최고 고도 1000㎞, 최고 속도 마하 10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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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남대문~광화문 서울 강북 도심에서 열린 시가행진 때 현무-5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열린 기념행사 때 나온 무기들이 도심 시가행진에 참가했기 때문에 일부 언론들은 현무-5가 시가행진에 등장했다고 오보를 내기도 했다.
현무-5가 서울 도심 시가행진에서 빠진 것은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도심 시가행진에 참가한 전차, 자주포 같은 기갑장비들은 서울공항에서 출발해 한강대교를 건너 용산을 거쳐 남대문 쪽으로 진입했다. 한강대교의 설계차량하중은 43t이다. 현무-5 이동식 발사차량은 미사일 무게 36t에 차량 무게를 합치면 전체 무게가 한강대교 설계하중 43t을 휠씬 넘는다. 현무-5 이동식 발사차량의 길이는 약 20m다. 서울시는 적재물 포함 길이 16.7m가 넘는 차량이 운행하면 과적차량으로 단속한다. 현무-5가 한강대교를 통과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너무 크고 무거워 생긴 현무-5의 기동성 제약 문제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북한 아이시비엠은 현무-5보다 더 크고 무겁다.
북한은 유사시 미사일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발사차량을 도입했다. 고정된 미사일 발사대는 위치가 노출돼 한국과 미국의 탐지와 타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의 감시를 피해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이동한 뒤 옮겨간 장소에서 미사일을 세워 발사하려고 한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고체 연료 신형 아이시비엠 ‘화성-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19형은 11축(좌우 11개씩 22개의 바퀴)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발사됐다. 길이가 최소 28m 이상으로 보이는 화성-19형은 북한이 지금까지 공개한 아이시비엠 중 가장 크다. 앞서 북한이 발사한 아이시비엠인 화성-17형은 11축 이동식 발사차량을 사용했고 길이는 23m, 화성-18형은 9축 차량에서 발사됐고 길이는 20m 가량이었다. 이동식 발사차량의 바퀴 수가 많을수록 무게를 더 견딜 수 있으므로 미사일의 무게와 크기를 키우거나 탑재한 탄두의 수를 늘릴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신형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지난 1일 보도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아이시비엠 기술 수준을 두고는 아직 미완성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이동식 발사차량을 두고 여러 의문이 나온다. 크고 무거운 화성-19형 이동식 발사차량은 도로가 튼튼하고 넓은 곳에서 실제 운용이 가능하다. 북한은 경제난으로 도로 사정이 나쁘다.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민망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도로 폭이 거대한 아이시비엠 이동식 발사차량이 다닐 수 있을만큼 충분한지, 노면이 이동식 발사 차량의 무게를 견딜만큼 단단한지 의문이다. 이동식 발사차량이 비포장도로에서 이동하고 발사하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한다.
평소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차량 동선을 감시하며 이동 범위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아이시비엠을 주로 발사한 곳은 평양 일대였다. 한·미 정보당국은 평양시 외곽 산음동에 있는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아이시비엠을 조립한다고 평가한다.
2022년 3월과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지점인 평양 일대는 직선거리로 4㎞ 가량 떨어져 있다. 이는 북한이 평양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을 함경도 산속 등으로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현무-5 미사일이 서울 한강을 마음대로 못 넘듯이, 북한 아이시비엠도 평양 대동강을 건너기 어려운 것이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은 기동성을 확보해 유사시 생존성을 키우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북한의 경우 열악한 도로 사정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은 왜 백화점식 탄도미사일 개발하나’ 분석 자료에서 “화성-19형은 북한의 고체추진체 기술 수준과 크기를 고려했을 때 길이는 최소 28m 이상에 최소 발사 중량이 80t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크기와 중량을 고려하면 운용 기동성이 너무 떨어져 전쟁 시에는 실제 운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너무 낮을 것이다. 이번 발사 전에도 한·미 정보자산에 발사 준비 상황이 노출됐으며 유사시 이런 노출로 선제타격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거대한 화성-19형을 실전에 활용하기 보다는 ‘괴물 아이시비엠’으로 홍보를 극대화해 북한의 아이시비엠 기술의 우월성과 억제력 강화를 선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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