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들긴 했는데…" 혼신의 KKKKK, 물집따위 '국대 에이스' 막지 못했다[SPO 타이베이]

김민경 기자 2024. 11. 15. 0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한국야구대표팀 에이스 곽빈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오랜만에 이렇게 세게 던지고 하니까 바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 같은데, 멍이 들긴 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25, 두산 베어스)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쿠바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의 발판이 되는 역투를 펼쳤다. 4이닝 74구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8-4 승리를 이끌었다. 물집에 가로막히지만 않았어도 5이닝 이상 투구도 기대할 만했다.

쿠바는 로엘 산토스(좌익수)-요안 몬카다(3루수)-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유격수)-알프레도 데스파이네(지명타자)-아리엘 마르티네스(1루수)-야디어 드레이크(우익수)-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안드리스 페레스(포수)-진 왈터스(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곽빈에 맞섰다.

곽빈은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커브 등 변화구를 섞으며 쿠바 타자들을 요리했다. 1회초 산토스를 루킹 삼진, 몬카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아루에바레나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2회초도 마찬가지. 데스파이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마르티네스를 헛스윙 삼진, 드레이크를 3루수 직선타로 잡았다. 이때 3루수 김도영이 드레이크의 총알 타구에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 뛰어올라 낚아챈 호수비가 주효했다.

한국은 2회말 대거 6점을 지원하면서 곽빈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2사 후 문보경의 2루타와 박성한의 안타가 터지면서 쿠바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가 흔들렸다. 박성한은 2루를 훔쳐 2, 3루로 상황을 바꿨고, 최원준이 유격수 앞 적시타를 때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홍창기가 볼넷을 얻어 다시 만루가 된 가운데 신민재가 밀어내기 사구로 득점해 2-0이 됐다. 이어 김도영이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6-0으로 도망갔다.

충분한 득점 지원을 받은 곽빈은 무실점 호투를 이어 갔다. 4회초 1사 후 데스파이네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마르티네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줘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드레이크를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빠르게 흐름을 끊었다.

곽빈은 5회초에도 등판했으나 더는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했다. 선두타자 기베르트에 이어 페레스까지 2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한국 벤치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소형준이 구원 등판했다. 중계화면상으로는 곽빈이 벤치에서 트레이닝 코치에게 손가락 치료를 받는 장면이 잡혀 경미한 부상을 의심하게 했는데 확인 결과 물집이 잡혀 투구를 이어 갈 수 없었다.

소형준은 곽빈의 책임주자들을 꽁꽁 묶었다. 첫 타자 왈터스를 3루수 직선타로 처리했고, 산토스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2사 2, 3루가 됐다. 몬카다에게 사구를 허용해 만루 위기에 놓이긴 했지만, 아루에바레나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고비를 넘겼다.

류중일 한국 감독은 쿠바를 잡고 대회 첫 승을 챙긴 뒤 "오늘(14일) 경기는 선발투수인 곽빈이 초반 경기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 공격에서는 2회 타선 연결이 잘돼서 김도영에게 찬스를 잘 살린 게 결정적인 승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 곽빈 ⓒ 연합뉴스
▲ 곽빈 ⓒ 연합뉴스

곽빈은 사실 큰 무대에서 약한 이미지가 컸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등판 직전 등에 담이 걸리는 바람에 대회 내내 공을 하나도 던지지 못했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소속팀 두산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투수를 맡았는데 지난해 3⅔이닝 5실점, 올해는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2년 연속 탈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모처럼 큰 경기에서 승리를 이끈 곽빈은 "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조금 부담되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부담감을 받아들이고 즐기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은데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곽빈이 찾은 해답은 전력투구였다. 그는 "이제 기선 제압도 필요하고, 사실 1~2회에 힘을 다 쓴 것 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엄청 다 하나하나 전력으로 던졌다. 사실 신나서 던졌다. 1회에 이제 제구도 잘되고, 타자들한테 공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을 느끼니까 내 분위기를 타면서 내 흥이 올라오면서 좀 했던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힘을 많이 썼다고 했지만, 곽빈은 4회 이후에도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뿌릴 정도로 좋은 구위를 유지했다. 그는 "사실 내가 조금 쉬다가 던지기도 했고, 올 시즌은 또 이렇게 처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는데, 사실 체력이 조금 빨리 떨어지더라. 확실히 국제대회 경기이고, 1회부터 전력으로 던졌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호투를 이어 가다 5회 마지막 2타자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준 원흉이었던 물집 상태는 어떨까. 곽빈은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또 이렇게 세게 던지고 하니까 바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 같고, 멍도 들었다"며 손가락을 만지작했다. 그는 다음 등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곽빈은 2회 6점을 지원한 타선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역시 우리나라 대표 타자인 (김)도영이가 이제 또 같은 팀에 있으니까 정말 정말 든든하다. 도영이한테 감사하다. 사실 모이넬로가 이렇게 점수를 줄 투수도 아닌데, 도영이가 잘 공략해 줘서 우리가 이긴 것 같다"며 김도영을 비롯해 공격에 불을 붙인 타자들에게 고마움은 표현했다.

한편 한국은 15일 다시 타이베이돔으로 이동해 일본과 슈퍼라운드 진출이 걸린 운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좌완 최승용(두산 베어스), 일본은 우완 강속구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한국이 일본을 꺾으면 일본 도쿄돔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 곽빈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 곽빈 ⓒ 곽혜미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