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의 딜레마에 빠진 '열혈사제2' 김남길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2024. 11. 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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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사진=SBS

'열혈사제2'가 지난 8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시즌1이 워낙 인기가 높아서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5년 전 방송 때는 최고시청률 22%(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매력적인 캐릭터, 통쾌한 액션, 배꼽 잡는 코미디가 '삼위일체'로 어우러져 드라마 흥행의 성공 사례로 남았다.

흥행의 동력은 무엇보다 반전의 캐릭터에 있었다. 평소엔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종교인이지만 악당들만 만나면 숨겨둔 타격 실력을 드러내는 김해일 신부(김남길), 강력계 형사이지만 은근히 '쫄보'인 구대영 형사(김성균), 남다른 미모와 체력으로 법정 다툼보다는 현장 수사를 즐기는 박경선 검사(이하늬), 태국에서 온 터라 한국어도 어눌한 배달기사이지만 막판에 무술 고수로 '커밍 아웃'하는 쏭삭(안창환), 약자를 괴롭히는 조폭이지만 단발머리 때문에 만만하고 웃긴 장룡(음문석) 등 하나같이 고정관념을 비튼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액션 신도 웬만한 영화보다 스타일리시했다. 일당백의 실력을 갖춘 김해일 신부가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키애누 리브스)처럼 긴 사제복을 휘날리며 보여주는 움직임은 타격감이 짜릿했다. 신부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하는 '현타'가 오더라도 문제될 건 없었다. 그보다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이 주는 쾌감이 더 컸다. 그리고 쏭삭의 변신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드라마의 종반부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가 단단한 등과 팔의 근육을 드러내는 장면에선 놀라움과 함께 감동과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진=SBS

구대영 형사와 장룡의 '허당미' 넘치는 코미디도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액션이든 코미디이든 과한 듯하면서도 선(線)을 넘지 않는 절제력으로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그 결과 주연배우 김남길은 물론, 다른 출연배우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이명우 PD까지 호평을 얻었다. '열혈사제'와 김해일 신부 캐릭터는 김남길의 대표작이자 대표 캐릭터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시즌2로 돌아온 '열혈사제'는 1회 방송부터 이런 장점들을 충분히 활용했다. 김해일, 구대영, 박경선, 쏭삭 등을 차례로 등장시키며 기존에 시청자를 매혹했던 캐릭터들이 지금도 건재하고 곧 정의로운 활동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김해일 신부는 여전한 솜씨를 뽐냈다. 수많은 조폭들을 혼자서 가볍게 처리했다. 구대영 형사는 변함없이 겁이 많아 보였다. 경찰서에선 범죄자들에게 큰소리치지만, 그들을 밖에서 만나면 작아지는 모습이었다. 박경선 검사와 쏭삭도 5년 전의 캐릭터를 이어갔다. 오히려 강도가 조금 더 세면 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들이 다시 한 번 큰일을 낼거야…이번 액션과 코미디는 시즌1을 뛰어넘을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 시즌2의 2회까지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시즌1의 절제력을 잃어 리얼리티를 깎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SBS

김해일 신부는 불필요한 감정 표현이 너무 많아지고 커졌다. 예를 들어, 멋진 액션 연기를 마무리하고 리샤오룽(이소룡)처럼 "아뵤∼" 제스처를 한다든지, 설교를 하면서 지나치게 감정 몰입을 해 언성을 마구 높인다든지, '절대무적'이다보니 그 어떤 빌런을 만나도 좀처럼 주눅 들지 않는 게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구대영 형사와의 콤비 호흡에서도 과장이 지나치다. 서로 대화를 하다가도 수가 틀리면 혀를 '메롱'하며 놀리거나 장난을 친다. 그럴 때마다 최소한의 리얼리티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당연히 몰입을 할 수가 없다.

속편의 딜레마일 터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처럼 속편은 항상 부담이 크다. 뭔가 달라져야 하고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다. 김남길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어디까지 손을 뻗고 발차기를 할 것인가, 어떤 표정까지 지을 것인가, 그리고 액션과 코믹 사이를 어떻게 오갈 것인가…

이때 확실한 선이 필요하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난 후의 표정과 몸짓은 여기까지만 한다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열어 놓으면, 애드리브가 남발될 수 있다. 그럼 보는 시청자들은 지친다. 

사진=SBS

리들리 스콧 감독이 24년 만에 명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을 내놨다. 지난 13일 개봉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다르고 장르가 다르기에 '열혈사제2'와 '글래디에이터2'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각 작품이 속편의 딜레마에 대처하는 방법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글래디에이터2'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히는 막시무스(러셀 크로)를 철저히 계승하되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그의 아들이자 새 주인공인 검투사 하노(폴 메스칼)를 오롯이 홀로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폴 메스칼의 존재감은 러셀 크로에 비할 바 못되지만, 스콧 감독은 막시무스의 영혼을 하노의 신체에 담은 듯한 연출로 1편의 답습이나 혹은 업그레이드 강박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열혈사제2'가 김남길을 제외하곤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겠으나 김남길에만 너무 집중하고 빠진 나머지 캐릭터를 '과소비'하는 결과를 나은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이제 16부작 중 2회만 소개됐으니 아직 14회나 남아 있다. 1∼2회가 김남길의 과장된 원맨쇼였다면 3회 이후부터는 다른 캐릭터의 비중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바라볼 만하다. 첫 회 11.9%(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한 시청률이 2회 10.1%로 내려앉았다. 3회부터는 반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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