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 배웁니다"..13년째 김장 하는 일본차 회사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배추값 올랐지만..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어"
-일본 본사에서도 김장 참여해 한국 문화 배워
11월 13일. 수능을 하루 앞둔 날에도 '수능 한파'는 온데 간데 없이 포근한 오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중탑종합복지관이 '2024 토요타·렉서스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로 북적였다.
현장에는 한국토요타자동차 임직원들, 그리고 관할 지역 딜러사인 분당 토요타 딜러 관계자들이 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차발표회 현장과 전시장에서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빨간 두건을 두르고 고무장갑에 앞치마까지 두른 채 부지런히 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임 3년차, 벌써 세 번째 김장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고" 라며 김장의 고단함을 한국사람 처럼 내뱉는가 하면 "사장님이 진짜 잘 하시네" 라며 복지관 관계자들의 칭찬이 쏟아지자 멋쩍게 웃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행사 내내 김장에 열중이던 콘야마 사장은 그 누구 보다도 열심히 움직였다. "온 몸이 김치로 뒤덮이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작년보다 날씨가 따듯해서 땀이 난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김장 행사에 참여한 딜러들과 본사 관계자들 모두 한 마음으로 한국의 정을 배우고 나누는 시간인 것 같다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토요타 일본 본사 관계자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콘야마 사장에 따르면 일본에서 온 이들은 지난 '2024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이후 이 같은 행사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콘야마 사장은 이를 두고 "일본 본사에서 한국 문화를 조금씩이라도 경험하고 돌아가는 건 의미가 크다"며 "본사 관계자들이 더 많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친근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 토요타·렉서스의 전국 각지 네트워크에서도 동시에 김장 행사가 열렸다. 그간에는 서울에서 김장을 한 뒤 전국 각지로 배송했지만 각지의 특색을 살리는 한편 지역 농수산물 소비를 늘려 상생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한국토요타자동차 임직원 300여명이 전국에서 담근 김장 김치는 6,140포기, 약 18톤에 달한다.
행사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콘야마 사장은 "조금씩 점진적으로 크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너무 빠르게 확장하려고 하다 보면 실력 이상의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점진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
"사실 배추값이 많이 올라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걱정이 컸다"는 콘야마 사장의 넋두리에 주변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그럼에도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기대하는 분들이 있을 테니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이 과정이 지역 사회에 따뜻함을 전하고 전국의 딜러사와 한국토요타자동차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는 것.
최근 한국을 찾았던 토요다 아키오 회장과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묻자 콘야마 사장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공감받는 것이 중요하며 '토요타가 한국에 있어 참 다행이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시장 규모 자체는 작지만 이렇다 보니 더 많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개성을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번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는 단순한 사회공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뿐만 아니라 일본 본사도 한국 문화를 깊게 이해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그래서 이들이 정성껏 담근 김치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 사회에 전하는 사랑과 연대의 상징이며,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따뜻한 결과물이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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