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서킷에서 즐기는 푸조의 진짜 매력, 2024 트랙데이

김성환 2024. 11.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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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종별로 성격과 특징 명확해, 운전재미 ↑
 -유연한 핸들링, 탄탄한 서스펜션 인상적

 푸조와 서킷 트랙을 달린다? 쉽게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경량 스포츠카나 고성능 슈퍼카가 더 잘 어울릴법한 무대였기 때문에 푸조와 트랙의 만남은 낯설게 다가왔다. 그만큼 기대와 궁금증이 커졌고 한 걸음에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향했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함께할 차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크로스오버, 푸조 408이었다.

 출발하기 전 간단하게 차를 살펴봤다. 겉모습은 여전히 신선하고 멋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도로 위 주인공을 자처한다. 푸조를 상징하는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큼직한 그릴, 새로운 로고, 굵직한 케릭터라인까지 조화가 상당하다. 완만하게 기울어린 루프 라인과 각이 살아있는 스포일러, 얇은 테일램프는 디자인 완성도의 절정을 보여준다. 오브제 성격 짙은 디자인은 따사로운 가을 햇살, 붉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빛이 났다.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입체적이다. 정형화되어 있는 모습이 없고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인체 공학적 구조의 최신 아이-콕핏 디자인이다. 컴팩트한 D컷 스티어링 휠과 헤드업 3D 클러스터 조합이 상당하다. 10인치 고해상도 터치 스크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아이-커넥트 역시 응답성과 사용성이 좋다. 특히, 화면 아래에 위치한 i-토글 디스플레이는 공조, 전화, 미디어 등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나파 가죽 시트와 8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LED 라이팅은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기 정화 시스템 "클린 캐빈"을 통해 차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앞좌석에는 마사지 시트도 마련했다. 뒷좌석은 SUV와 견줄 만 하다. 넉넉한 모습이며 트렁크는 기본 536ℓ에서 뒷좌석 폴딩 시 최대 1,611ℓ까지 늘어난다. 크기와 부피에 상관없이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다. 2열 시트는 60:40으로 폴딩 가능하다.

 일상 주행에서의 408은 매우 편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1.2ℓ 가솔린 터보 퓨어테크 엔진은 131마력의 최고출력을 차분하게 뽑아내며 8단 자동변속기는 충격 없이 기어를 바꿔나가 기분 좋게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만큼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고 누구나 쉽게 차와 친해질 수 있다. 물론 급하게 스로틀을 여는 순간에는 크게 숨을 고르고 꾸준히 속도를 올리지만 408이 주로 활동하는 도심과 일상 영역에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가을 행락철 나들이 차들과 잦은 공사 구간으로 속도를 많이 올리지 못했다. 차분하게 흐름에 맞춰 주행을 이어나갔고 여유롭게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푸조 라인업을 번갈아 타면서 서킷에서의 매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슬라럼을 통해 차의 성격과 기본기를 익혔다. 콘과 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정해진 코스를 주파하는 슬라럼은 푸조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상대적으로 간격이 좁고 급격한 조향이 필요했지만 푸조 408은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며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반응이 우수한 스티어링 휠은 숏코너와 롱코너 가리지 않고 상황에 맞춰 최적의 각도를 구현했다. 크고 긴 몸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민첩한 자세를 보여줬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코스를 주파했다. 푸조만의 특징을 온전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차가 가진 성격과 기본기를 익힌 뒤 본격적인 트랙에 들어갔다. 먼저 선택한 차는 대표 SUV인 3008과 5008이다. SUV로 서킷을 달린다는 게 놀라웠지만 두 차는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쾌적한 주행을 보여줬다. 유연한 핸들링은 어느 코너를 만나도 두려움이 없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세팅 좋은 서스펜션 덕분에 과감하게 주행을 이어나가도 된다. 크고 높은 차체 등 물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세그먼트의 한계를 제외하면 아쉬운 부분을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값이었다.

 이번에는 408과 308을 번갈아 탔다. EMP2 V3 플랫폼의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하체에서 오는 강성이 인상적이었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방향 전환 시 흐트러짐 없는 달리기를 가능하게 한 것. 여기에 감칠맛을 더하는 서스펜션은 연석을 타고 넘을 때 차를 온전히 잡아줬다. 그 결과 깊은 코너에서도 최상의 그립을 제공한다. 완벽한 코너링 실력을 드러내는 일등 공신인 셈이다.

 308은 파워트레인 특징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직렬 4기통 1.5ℓ 싱글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발휘한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나오는 순간 펀치력은 코너를 통과하고 재 가속에 들어갈 때 속 시원한 가속감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폭 넓은 토크벤드는 지치는 기색 없이 차를 밀고 보다 적극적인 운전에 도움을 줬다. 1.3톤에 달하는 가벼운 몸무게와 컴팩트한 차체가 어우러져 트랙을 놀이터마냥 신나게 누비고 다녔다. 

 이번에는 푸조의 전기차 라인업으로 차를 바꿔 타면서 트랙을 공략했다. E-208과 E-2008은 약 134마력의 출력과 26.5㎏∙m의 토크를 낸다. 특히, 전기 에너지 특유의 강한 가속감이 상당하며 변속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없어 언제든지 즉각적인 토크를 발휘한다.

 이 같은 특징은 트랙에서 차가 주는 매력을 극대화했다. 더욱이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현가하질량(서스펜션 아래에 달리는 부품의 질량)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수한 균형감을 보여줬다. 오랜 시간 차를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으며 전동화 시대로의 전환에도 만듦새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대변하는 듯했다.

 약 16바퀴를 돌면서 마음껏 차와 놀다 보니 금새 날이 어두워졌다. 서킷에서의 즐거움을 간직한 채 다시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가며 야간 드라이빙을 즐겼다.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오토 하이빔 헤드램프 컨트롤은 국도에서 최적의 시야를 제공했다. 빛의 범위가 넓고 어둡고 밝은 부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 운전에 큰 도움을 준다.

 알찬 주행 보조 기능도 좋다. 카메라와 레이더가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한 것. 여기에 스톱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교통 표지 인식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 충돌 알람 시스템, 사각 지대 충돌 알람 시스템,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후방 카메라를 기본으로 마련했다. GT 트림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을 더했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 하면 차는 진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도로에 바짝 밀착해 달린다. 피로도가 크게 줄어들고 믿음은 커져간다.

 하루 종일 푸조와 함께 하면서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매력을 발견했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편안함과 쓰임새 좋은 구성, 안정성 등이 돋보였고 트랙에서는 완성도 높은 브랜드 기술력을 직접 경험하며 유쾌한 움직임에 빠져들었다. 운전 재미와 즐거움은 단순 파워트레인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의 교감을 중요시 하며 긴 여운과 애착을 가지게 만드는 차가 푸조다.

 인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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