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과 힘겨운 영역 싸움 따릉이…반납 문제로도 속앓이

박대로 기자 2024. 11.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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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 대여소 비콘 방식 활용한 편법 증가
반납 자유로운 민간 킥보드와 영역 싸움 중
서울시 "PM, 사회적 공분 일으키는 중" 반박
[서울=뉴시스]따릉이 대여소. 2024.11.08. daer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운영하는 서울시가 비정상 반납 사례 증가로 고민을 떠안았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원인 김모씨는 최근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항의했다. 그는 "한번씩 따릉이 스테이션에 가보면 앱에서는 (이용 가능 따릉이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자전거가 부족한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며 "왜 그런지를 최근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대여소가 아닌 곳에 길 건너편에 따릉이를 두고 가버려 정작 대여소에는 따릉이가 모자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제가 사는 곳 인근에 있는 한 따릉이 스테이션 건너편에는 거의 매일같이 따릉이가 주차(방치)돼 있다"며 "GPS신호가 정확하게 스테이션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아는 누군가가 굳이 길 하나 더 건너지 않기 위해 그 작은 편의를 위한 이기심으로 대로 건너편에 반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정상 반납은 점점 심해졌다고 한다. 김씨는 "물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실수라 생각하고 하고 넘어갔지만 그런 상황이 매일같이 반복됐다"며 "비가 오거나 하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해당 스테이션 건너편에는 따릉이가 적게는 1대부터 많게는 3~4대 이상이 방치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비정상 반납 행위를 서울시가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부정 이용자에게 아무런 제재 조치도 없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따졌다.

이어 "따릉이를 이용하러 간 이용자들은 허탕 치고, 수거하는 분들은 쓸데 없이 고생하고, 길 건너편 보행자의 보행권은 방해하고, 저는 수많은 시간을 신고하는데 쓰고, 상담원 분들도 안내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는 민원 답변에서 자초지종을 밝혔다.

[서울=뉴시스]따릉이와 함께하는 한강야경여행.

운영처는 "대체로 과다 거치가 잦은 대여소의 경우 원활한 반납 물량 수용을 위해 타 대여소 대비 비콘(반납 관여장치) 세기를 강하게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퇴근 시간에 따릉이가 집중 반납돼 비좁아지는 대여소에서는 반납 가능 구역 범위를 넓혀 놓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비콘 신호가 강해져 반납 구역이 길 건너편까지 확장된 것을 알아챈 이용자들이 대여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따릉이를 반납하고 가버린 것으로 보인이다.

김씨 항의에 운영처는 반납 구역 범위를 다시 좁히겠다고 밝혔다. 운영처는 "이용자분들의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돼 비정상 반납이 잦은 대여소로 판단될 시 대여소 내 비콘 신호세기를 줄이는 등 반납 가능 영역을 줄이는 조치도 가능하다"며 "현장 대여소 방문 후 과다 거치 및 비정상 반납 이력 검토 후 반납 범위 감소가 적정할 것으로 최종 확인될 시 처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납 구역을 축소해 대여소 내 반납을 유도하겠다는 게 운영처의 의도로 풀이되지만 이 조치가 장기적으로 따릉이 이용 확대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반납 범위 감소는 따릉이의 약점을 더 부각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릉이는 현재 민간 공유 킥보드나 민간 공유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와 치열한 영역 싸움을 벌이는 중이지만 대여와 반납 면에서는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별도로 대여소를 두지 않는 대신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장치를 빌리고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따릉이 대여와 반납은 대여소에서만 이뤄진다. 따릉이 대여소는 역세권· 아파트단지·학교 등 자전거 이용 수요가 많은 곳에 설치돼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대여소 수는 서울 전역에 2774개다.

대여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이용자들은 따릉이를 안정적으로 탈 수 있지만 대여소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곳곳에 산재해 있는 민간 킥보드 등이 더 편리하다. 민간 업체가 대여와 반납 면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따릉이가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가격 경쟁력이다. 따릉이 이용 요금은 1시간에 1000원, 2시간에 2000원으로 민간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에 비해 싸다. 민간 공유 킥보드 1시간 이용료는 1만원에 육박한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8월5일 서울시내 거리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는 모습. 2024.08.05. kgb@newsis.com

문제는 따릉이가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 요금이 도입 후 15년째 1시간 1000원으로 동결되면서 적자가 만성화됐다. 따릉이 대수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적자가 심해졌다.

따릉이 연평균 적자는 100억원에 달한다. 운영수입에서 운영비용을 제외한 운영 수지는 2022년 94억600만원 적자, 지난해 109억4900만원 적자였다. 지난해 운영 수입은 164억67000만원이었던 반면 운영 비용은 274억1600만원이었다. 올해도 9월까지 95억1100만원 적자 상태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더 많은 이용자를 PM에 내줄 위험성이 있다.

서울시가 '공공자전거 요금 현실화 방안 학술연구'에서 따릉이 이용회원 1만887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요금 만족 수준은 78%였지만 요금이 올라가면 더 이상 따릉이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서울시는 따릉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2022년 광고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2회 유찰된 바 있다. 수익 다각화 면에서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따릉이 관련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은 "복지 정책이라는 이유로 따릉이의 만성 적자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며 "서울시가 적자 문제를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요금 인상 전에 따릉이 인프라를 이용한 수익 창출에 대한 연구와 용역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PM의 자유로운 반납 방식이 시민 보행에 불편을 주는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따릉이의 대여소 방식이 더 낫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킥보드 등 PM의 자유로운 반납은 도로교통법 주정차 금지 위반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따릉이처럼 특정 장소에서 대여·반납하는 게 적법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사료된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여소 관리에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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