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늦어지면 안 된다"…PS 선발에도 내린 '천재 유격수'의 결단, 마지막까지 '팀'을 떠올렸다

이종서 2024. 11. 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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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더 뛰자고 하신 분도 있었는데."

'천재 유격수' 김재호(39)가 결국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김재호는 "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팀에 있으면 후배들은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라며 "나 역시 현역 연장에 대해서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팀에 주전 선수의 나이가 많다. 세대교체가 더 늦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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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두산 김재호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2/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년 더 뛰자고 하신 분도 있었는데…."

'천재 유격수' 김재호(39)가 결국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두산은 14일 "김재호는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천재 유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김재호는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순간적으로 나오는 재치있는 플레이로 두산의 센터라인을 지켜왔다.

김재호가 재능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4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4년이 돼서야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재호의 주전 도약과 함께 두산도 전성기를 열었다. 2015년 2016년 2019년 우승을 이끌었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도 달성했다.

김재호는 프로 통산 21시즌 동안 1793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2리 54홈런 600타점 661득점 79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722의 성적을 남겼다. 1793경기는 역대 베어스 프랜차이즈 선수 최다 출전이다.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8회초 1사 만루 두산 김재호-강승호 키스톤 콤비가 KT 황재균의 땅볼 타구를 병살로 이어가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2/

올 시즌 김재호는 구단의 '세대교체' 기조 속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세대교체를 노려봤지만 유격수 자리만큼은 김재호를 넘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두산은 젊은 유격수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순위 싸움에 바빠지면서 결국 김재호가 주전으로 나왔고, 57경기 타율 3할2리 1홈런 11타점 OPS 0.760으로 시즌을 마쳤다. 또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발로 나오는 등 여전히 팀 내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라운드를 떠나기는 아직 아까운 실력. 김재호의 현역 연장을 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김재호는 "1년 더 뛰어달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 떠나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배를 위한 선택이었다. 김재호는 "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팀에 있으면 후배들은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라며 "나 역시 현역 연장에 대해서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팀에 주전 선수의 나이가 많다. 세대교체가 더 늦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2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팬'이었다. 김재호는 "늘 힘이 되어줬던 존재다. 팬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3회초 무사 1루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KT 오재일의 땅볼 타구를 잡안 발라조빅의 송구를 받아 더블플레이로 연결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2/

후배 선수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재호는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며 "다만, 많은 후배들이 수비를 잘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타격만큼이나 수비를 신경쓰는 선수는 많이 없다. 수비는 열심히 훈련을 하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온다. 그 부분을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호는 "종신 두산 선수로 남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베어스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워 영광이지만, 꼭 내 기록을 뛰어넘는 후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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