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직원부터 지자체장까지… K-배터리 ‘산증인’에게 듣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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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에 접두사 'K'가 붙은 것은 예상 밖이었다.
그래도 K-배터리 산업이 흑자를 내기까지는 20여 년이 필요했다.
K-배터리는 기업의 회장부터 실무진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결실이다.
저자는 LG뿐 아니라 포스코홀딩스·SK온 등 배터리 핵심 기업들, 에코프로·엘앤에프 등 중견기업까지 50여 명의 산증인을 인터뷰하고 산업의 역사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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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지음│리더스북
배터리 산업에 접두사 ‘K’가 붙은 것은 예상 밖이었다. 이제 K는 세계 산업계에서 ‘믿고 쓸 수 있는 품질’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 원자력 발전, 방위, 철강, 조선 산업 등은 1960년대 전후부터 갈고 닦은 저력으로 세계 시장을 휘어잡았다. 이와 달리 배터리는 비교적 늦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후발 주자였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 등 선도자를 제치고 배터리 강국으로 서는 데까지 30년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그 과정을 되짚었다.
결국 다 사람이 한 일이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배터리 개발에 나선 LG화학의 실무진은 자신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을 갖춘 일본의 업체를 찾아갔다. 다만, 산업단지 관련 협업 상대였던 경기 파주시의 시장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일본 측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기업인 방문은 거절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 견학쯤은 허용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예상대로 파주시장 견학만 받아들여졌고 그는 일본 측 공장 설비의 작동 방향이 세로인지 가로인지 등을 기억해두고 전달했다. 쓸데없고 사소해 보이는 사항들이 한국의 배터리 연구진에게는 ‘최고급 정보’였다. 한 연구자는 파주시장에게 “나라를 위해 정말 큰일을 하셨다”며 고마워했다는 일화다. K-배터리 역군들은 조각 단서를 끼워 맞추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K-배터리 산업이 흑자를 내기까지는 20여 년이 필요했다. ‘회장님 사업’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실무진은 그 시간 동안 기술 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1992년 구본무 당시 LG그룹 부회장이 영국원자력연구원 출장에서 처음 접한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확신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나며 ‘이러다 회사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포기는 없었다. 되레 LG디스플레이에서 매출 20조 원을 찍은 주역이던 권영수 사장이 LG화학 전지산업본부장으로 발령됐다. 좌천으로 받아들인 권영수는 사직을 결심했지만, 구본무는 그 ‘독한 경영인’을 낮술로 달래고 이차전지를 맡아달라고 했다. K-배터리는 기업의 회장부터 실무진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결실이다.
저자는 LG뿐 아니라 포스코홀딩스·SK온 등 배터리 핵심 기업들, 에코프로·엘앤에프 등 중견기업까지 50여 명의 산증인을 인터뷰하고 산업의 역사를 그려냈다. 그 사이사이 쉽게 이해되는 비유를 활용해 업계 사정과 기술 수준 등을 서술한 덕에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 504쪽, 2만3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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