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을 잃은 친구들이 다시 길을 찾을 때까지[어린이 책]

2024. 11.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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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중 하늘을 봤다.

한 무리의 철새들이 브이 자 모양으로 열을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각자가 꿈꾸는 '곳'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잠을 자고 기도를 하며, 생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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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글┃이수연 그림┃문학동네

정차 중 하늘을 봤다. 한 무리의 철새들이 브이 자 모양으로 열을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막힘없이 날아갈 수 있는 새가 부러웠던 것도 잠시, 도로에는 저들이 쉴 공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곳이 나타날 때까지 비행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어린이들은 대부분 ‘난민’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자신도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모른다. 대한민국은 전쟁을 잠시 멈추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면 눈빛이 흔들린다. 안전하게 누울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은 낯선 언어를 쓰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에는 살던 곳을 떠나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모두 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인종도, 국적도 알 수 없다. 가방 대신 아기를 안은 사람, 이웃과 개를 두고 떠난 사람, 곰돌이 인형을 챙긴 아이도 있다. 바다로 간다고 모두의 목적지가 바다인 건 아니다. 각자가 꿈꾸는 ‘곳’이 있다. 그러나 바다 위로는 길이 보이지 않고 타야 할 배는 작고 낡았다. 평범한 일상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잠을 자고 기도를 하며, 생일을 맞이한다. 흙이 없는 곳에서도 꽃을 피우듯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

땅을 뺏긴 새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까? 도로 위 하늘에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났다. 정갈하게 날아가던 새들은 자신보다 몇 배나 크고 빠르고, 센 물체 앞에서 우왕좌왕 흩어져 더는 선이 아니라 점처럼 보였다. 걱정을 넘어 실망 비슷한 감정이 들 때였다. 헬리콥터가 떠나자 새들은 느리지만 정확하게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 아까와 같은 브이 자 모양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길을 갔다.

껴입은 옷과 짊어진 가방을 벗으면 새처럼 가볍게 날 수 있을까. 땅도, 바다도, 하늘마저도 금을 그어놓은 이곳에서 갈 곳을 잃은 이들이 하루빨리 ‘V’를 되찾기를. 기도하고 기억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64쪽, 2만 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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