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향수·실크… 매혹적인 물건에 가려진 누군가의 ‘고통’[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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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디자인부터 자연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칼럼을 만들어내는 저자는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로서 '아름다움'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물건들에 돈을 써 구매하고 소유하는 일은 우울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내 저자는 이면에 감춰진 사실들을 알게 된다.
각 장은 거울, 보석, 향수, 실크 등 저자뿐 아니라 세계인의 취향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물건들의 매력과 욕망과 고통으로 얼룩진 역사가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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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켈러허 지음│이채현 옮김│청미래
예술과 디자인부터 자연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칼럼을 만들어내는 저자는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로서 ‘아름다움’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한다. 책을 열며 자신의 오랜 우울증을 고백한다. 인생이 끝없는 어둠 속에 갇힌 것만 같던 시절에도 빛나고 아름다운 물건들이 있었기에 우울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물건들에 돈을 써 구매하고 소유하는 일은 우울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내 저자는 이면에 감춰진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와 같은 마음이 기업들의 소비주의 전략에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것, 상품을 숭배하며 소비할수록 개인의 결핍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만을 제1의 가치로 여겼던 저자는 물건의 화려함을 위해 가려져야 했던 타인과 자연의 희생당한 역사에도 눈을 돌린다.
저자는 지금껏 그래 왔듯 행복한 소비를 추구하며 모른 체하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했던 물건들의 소비를 멈추고 다시 한 번 우울감 속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끝나지 않는 내적 갈등의 틈에서 저자는 양가적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쓰고자 마음먹고 펜을 쥔다. 오랫동안 사랑해서 이제는 자신을 이루는 부분이 돼버린 향수와 화장, 언제나 영감의 세계로 이끌던 다이아몬드와 진주, 대리석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책은 열 개의 장으로 꾸려졌다. 각 장은 거울, 보석, 향수, 실크 등 저자뿐 아니라 세계인의 취향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물건들의 매력과 욕망과 고통으로 얼룩진 역사가 함께 담겼다. 저자에게 거울은 한껏 치장한 나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아름다운 물건이다. 그는 거울 속 나와 마주해 감탄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만족감이 영상과 사진술이 한껏 발전한 지금도 대체될 수 없는 고유 가치를 가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시에 저자는 거울 판유리의 뒷면에 도포되는 금속 혼합물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13세기 공예가들이 수은 중독으로 죽어갔다는 사실과 당대 최고 사치품 제작술을 독점하고자 했던 프랑스 왕실이 살인극을 벌였다는 비밀도 나란히 꺼내 놓는다.
또한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 개발된 화장품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납이, 치명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향수에는 유방암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피해자가 속출했다고 말한다.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흉내 내려 했던 과학자들의 실험이 계속됐다는 사실과 서구의 미술 애호가들이 대리석 조각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는 동안 산업에 관련된 이들은 진폐증과 규폐증으로 신음하는 폐병 환자가 됐다고 고발한다.
저자가 아름다움의 추악한 뒷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던 노력은 결코 소비를 멈추자는 교훈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주가 가진 무지갯빛의 이면을 보기 위해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했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기름 낀 물웅덩이 속에서도 무지개를 찾아내게 됐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우리가 행복하다 느끼는 사소한 순간들, 아침을 여는 커피 한 잔과 포근한 거위털 재킷에도 누군가의 고통은 담겨 있다. 그것을 외면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때 더 많은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책은 알려준다. 384쪽, 2만 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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