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열고 나오기만 해도 대단한 일”…은둔 청년 기지개 켜도록 돕는 이 사람
고립·은둔 정도 천차만별
서울에만 약 13만명 존재
성공기준 취업에 두지말고
대인관계 실패해도 이겨낼
심리 체력 기르는 게 중요
고립·은둔청년은 팬데믹을 겪고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고립 청년은 2021년 전체 청년의 5% 수준인 53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33만4000명(3.1%)과 비교하면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청년재단은 청년 고립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지난해에만 6조7478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출범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고립·은둔청년의 회복과 자립을 돕고, 이들의 사회 재진입을 지원하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다. 고립·은둔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담 기관으로는 전국에서 최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421㎡ 규모의 시설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 구성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했다. 다만 서울 지역 청년들만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센터에서 만난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은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12만9000명의 고립·은둔청년이 있다”며 “센터에는 현재 800명의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900명 더 늘려 1700명의 회복과 사회진입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청년들의 고립·은둔 정도에 맞춰 50여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청년에게는 체력증진과 건강루틴 회복부터 시작한다.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상태라면 관계망 형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관심사 소모임 등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금융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취업을 비롯한 사회진입 훈련은 자체 활동과 서울시나 중앙정부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부터 매년 단기 사업으로 추진했던 고립·은둔청년 대상 프로그램 사례까지 더하면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이미 수십 건이다. 하지만 취업 여부를 재활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고 있다. 개인마다 성향과 고립의 편차가 너무 달라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한 데다, 취업을 했더라도 다시 고립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모든 단계에서 일대일 심층 상담을 비롯한 심리 지원을 필수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까닭이다. 대인관계에서 다시 어려움을 겪더라도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취업에 대한 욕심으로 고립·은둔청년 스스로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센터에 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해 도중에 이탈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터가 세워지고 정량적 성과 지표에 대한 압박도 커지겠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꾸준한 관심”이라며 “중도 이탈 청년들에 대한 추적 관리로 끝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과 전문인력 양성도 주요 과제다. 청년들이 고립·은둔을 선택하는 계기는 ‘천차만별’이지만, 그 과정에 학교와 가정을 비롯한 사회적 집단에서의 결핍이 필연적으로 개입하는 만큼 생애주기별 맞춤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년 지원을 위한 근거법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제도의 미비로 유관 분야의 전문인력을 채용하더라도 경력 인정이 안 되거나, 반대로 다른 시설로 이직할 때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고립·은둔청년 지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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