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도루 잘해요?" 전설 '바람의 아들'에 날아든 단도직입 질문, 뭐라고 답했을까 [와카야마 현장]
[와카야먀(일본)=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떻게 하면 도루 잘 해요'라고 물어오는데..."
KT 위즈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일본 와카야마 카미톤다 구장. KT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아직은 조금 낯선, '전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 지난해 LG 트윈스 통합 우승에 공헌한 뒤, 잠시 그라운드를 떠났다. 올해는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미국 무대 적응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코치의 본업은 야구. 해태 타이거즈, 광주일고 선배 이강철 감독의 부름에 일본의 시골 마을까지 달려왔다.
이 감독은 KT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주루, 외야 수비를 담당하는 코치로 영입됐다. 하지만 마무리 캠프에서 이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다. 야수들 전반을 관리하는 야수 총괄 코치 임무를 줄 예정이다. 그만큼 이 코치의 능력을 믿고, 마무리 훈련 약 10일간 지켜본 그의 코칭에 만족감이 들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KT 코치로 새출발을 한 이 코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왜 KT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을까.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 만난 이 코치는 "갑자기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다. KT 마무리 훈련 출발 4일 전이었을 거다. 감독님께서 '코치로 영입하고 싶다'고 하셨고, 나는 3일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드렸다. 가족 회의를 했다. 사실 고민을 조금 했다. KT라 고민을 한 게 아니라, 예전 같으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됐지만 지금은 아들도 메이저리그에 가있고, 아내도 미국에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아빠 역할이 끝나지 않아 현장으로 돌아오는 게 맞는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이어 "그런데 나는 야구만 하던 사람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가족과 떨어지게 됐지만, 아내는 오히려 내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게 됐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정후가 경기를 할 때는 몰랐는데, 부상으로 쉬어야 하니 지루하기도 하고 내가 뭘 해줄 수도 없고 답답하더라. 아들과 조금 떨어져 있어보는 것도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 감독은 KT에서의 역할에 대해 "감독님 성격도 잘 알고, 해설과 코치를 하며 계속 야구를 지켜봐왔기에 적응은 어렵지 않다. KT는 강팀이다. 감독님이 만들어놓으신 틀 안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내 역할이다. 다만 KT가 외야 수비율이 저조하더라. 기본을 강조하고, 선행 주자의 진루를 막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많이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치가 와 기대하는 게 주루다. 1994 시즌 84도루를 한 역대 최강 '대도'다. KT는 팀 컬러가 느리다. 뛸 선수가 없다. 그나마 빠른 심우준마저 한화 이글스로 떠났다. 이 코치는 "LG 신민재처럼, 1~2명 선수가 선두 주자로 주루를 끌고 가야 한다. KT에는 그렇게 할 선수가 없다. 일단 여기서는 상대 폼이나 습관, 그리고 상황에 맞는 대처법 등에 맞는 주루를 가르쳐야 한다. 도루라는 게 갑자기 늘 수 있는 게 아니다. 머리로 이해를 시켜도, 그걸 믿지 못하면 선수는 뛰지 못한다.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주루에 있어 선수들의 두려움을 떨쳐주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한 선수가 '도루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라고 묻더라. 이게 최근 신인급 선수들의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슨 말일까.
이 코치는 "야구를 잘 하려면 무조건 갖춰야 하는 기본기가 있다. 그 기본기를 갈고닦지 않고 프로에서 성공하는 건 불가능이다. 그런데 요즘 선수들을 보면, 초-중-고교 시절 배우고 와야할 걸 전혀 깨우치지 못하고 프로에 온다. 처음부터 다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들은 '발사각'만 얘기 한다. 발사각이 높으면 홈런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본 컨택트 능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발사각 얘기를 해야지, 맞히지를 못하는 데 발사각만 신경쓰면 절대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 도루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출발 전 자세부터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카야마(일본)=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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