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 ‘영리 겸직’ 수두룩…외부위원·부동산업 대다수

노무사 “근무시간에 겸직 업무 했다면 취업규칙 위반”
주금공 감사실 “신고사항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 볼 것”

(시사저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직원의 영리 겸직이 수십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용역을 맡는가 하면 '직책 수당'을 받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까지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 겸직을 두고 국회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9월10일까지 공사에 60여 건(중복 포함)에 달하는 겸직 신고가 접수됐다. 부동산 임대업과 외부위원·강의 연구용역 등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월 최대 10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도 포함(시사저널 11월14일자 보도)됐다. 현행법상 신고를 하면 겸직이 위법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직무능률을 떨어뜨릴 우려에 대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성실히 업무를 하고 일을 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업무 효율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한 공공기관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영리를 취하는 겸직 자체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고 그런 사례도 없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반면 또 다른 기관 관계자는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느라 겸직까지 생각해보진 못했지만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입주해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불허 항목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겸직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겸직 핵심 심사 기준에 대해 "평소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공사 직원 A씨는 근무시간에 아파트 업무를 봤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규환 노무사는 "근무시간에 겸직 업무를 했다면 취업규칙상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외적으로 근무시간 내 겸직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담당직무 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공사의 기능 및 국가정책 수행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 등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 때도 원칙적으로 연차·보상휴가와 외출 등으로 조치한다. 이 내역을 감사부서에서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 "너무 자주 겸직업무를 수행한다"는 말이 나오자 국회에서는 "영리 겸직 자체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기업이라든지 공직자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라든지 공공성의 영역이 더 있기 때문에 겸직은 기본적으로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복무규정 예규가 정한 원칙을 벗어난 겸업 허가도 다수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주금공 감사실 관계자는 "실제 적발 부분까지 한계가 있겠지만 제도적 측면이나 신고한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볼 여지는 충분하다"며 "감사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 내부 관계자는 "(주금공의 영리겸직에 대해) 감사 마무리단계라 추적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기회가 있으면 윗선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