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년 만 美 ‘환율 관찰 대상국’ 복귀...“트럼프의 한국 압박 수단 우려”
한국이 1년 만에 미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 명단에 다시 올랐다. 환율 관찰 대상국에 곧바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 적자를 싫어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미 재무부는 의회에 보고한 올해 하반기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상반기에 환율 관찰 대상국에 올랐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제외됐으나, 1년 만에 다시 명단에 포함됐다.
미국은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20국이 환율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대미 무역 흑자가 150억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이며,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이상이며 1년 중 8개월 이상 개입했는지 등이 주요 기준이다.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환율 관찰 대상국에 오르고,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 심층 분석국’으로 지정된다.
한국의 재지정은 올해 반도체 등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6월에는 세 가지 기준 가운데 대미 무역 흑자(380억달러) 기준에만 해당됐다. 작년 6월 말 기준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2%로 기준에 미달했다. 하지만 올해 6월에는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달러로 급증한 데다 GDP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3.7%로 기준치인 3%를 훌쩍 넘겼다.
관찰 대상국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지만, 심층 분석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조달 시장 접근이 제한되고, 미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찰 대상국 지정은 일정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양국 교역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동맹국과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환율 타협에 나서겠다고 공표해왔는데,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이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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