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때려잡던 김 씨…“제 전공 좀 살려봤습니다” 인생 2막 직업이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11. 15. 07:45
인생2막 살고 있는 10人 인터뷰
前 직장경험 살린 경우 많지만
새 분야서 숨은 끼 발견하기도
사회에 기여하는 삶도 만족감
이전에 누린 지위 빨리 잊어야
前 직장경험 살린 경우 많지만
새 분야서 숨은 끼 발견하기도
사회에 기여하는 삶도 만족감
이전에 누린 지위 빨리 잊어야
“돈보다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면서 삶을 즐기게 됐다.”
“봉사하는 삶을 살며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고 싶다.”
매일경제는 은퇴 후 인생 2막을 살고있는 W세대(1955~1974년생)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은퇴 이후 삶을 들여다봤다.
이들이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꼽은 키워드는 ‘ESC’로 압축된다. 인생 1막에서 얻은 전문성(Expertise)은 살리고 국가와 이웃에 봉사(Service)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도전(Challenge)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컴퓨터 키보드의 ESC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의 ‘부캐(또 다른 자아를 담고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pertise. 수십년 쌓은 지식과 전문성 살려라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W세대들은 직장에서 오래 일하며 쌓은 ‘주특기’를 살려 창업에 뛰어들거나 재취업을 한 경우가 많다.
전직 경찰인 김용갑 씨(62)는 마약수사대 팀장, 수사과장 등으로 일하다 태권도 관장으로 변신했다. 퇴임해 경찰관 때 쌓아놓은 무술 실력을 살리는 것이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죽기 전까지 일하는 게 꿈”이라며 “자신 있게 훈련이 된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27년 동안 대기업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와 연구소장으로 일했던 강주현 패션솔루션 더헤이븐 대표(52)도 전문성을 살려 창업한 경우다. 강 대표는 자신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을 결심했다. 강 대표는 “중장년을 위해 패션과 스타일 코칭을 해주기도 하고 호감을 주는 표정과 말하기 방식 등 이미지를 가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의 자존감을 높이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Service. 국가와 이웃에 도움되는 일을 하라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갖춰졌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라고 조언한 이들도 많았다. LG화학(옛 럭키화학)에서 34년 동안 근무하고 퇴직한 김경현 씨(62)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유럽의 경쟁사를 선택하지 않고 특허청의 2차전지 소재심사과 특허심사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 심사관은 “기술자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특허심사관으로서 활동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내가 도움 받았던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에서 근무했던 김호 씨(54)는 고향인 부산에서 장애인을 위한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승객들을 친절로 대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올해 10월 부산진경찰서 모범운전자회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사회에 필요한 곳에서 봉사를 하며 도움을 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Challenge 과감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시니어들도 상당수다.
도예가 김군선 씨(64)는 대학 졸업후 1985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2018년 신세계TV쇼핑 대표로 은퇴하기까지 33년간 한 직장에서 근무한 ‘신세계 맨’이었다. 도자기 문외한이었던 그는 은퇴 후 5년간 도예에 매달린끝에 지난해 말 열린 제39회 무등미술대전에서 달항아리로 공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은퇴 후에는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은퇴하자마자 이천 도자기 공방으로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26년 간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일했던 이상숙 후백(HU100) 대표(53)는 퇴직 후 답례품 등으로 인기가 높은 호두정과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를 차렸다. 퇴직한 후 여러 진로를 고민하다 제과에 흥미를 느껴 창업했다는 이 대표는 “박수받을 때 퇴직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며 “퇴직 후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ESC 과거의 자신에서 완전히 벗어나라
퇴직 이후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전 직장에서 누렸던 지위와 대우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보험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김덕출 씨(63)는 과거 남부럽지 않은 높은 연봉과 대접을 받으며 다니던 생활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퇴직 후 전문강사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유튜브로 영상 만들기, 블로그에 글쓰기, 챗GPT 등 AI 도구 사용법 등 최신 정보기술(IT)과 관련 과목을 시니어들에게 알기 쉽게 가르친다. 김씨는 “은퇴 이후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다른사람에게 뭔가를 잘 전달하는 게 나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인생 2막에 대한 목표와 진로도 한층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주유소 사장님에서 맥도날드에서 크루로 변신한 김인수(62)씨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동료들과 얘기 나누면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며 “나의 존재감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일이 보람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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