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잘 했는데…식품업계, '내수 부진'에 시름
판매비 등 비용 늘며 수익성 악화
해외는 높은 성장세…글로벌 공략 박차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난 3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도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탓에 국내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 식품기업들은 해외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 부담 상승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조6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4% 느는 데 그쳤다. 바이오사업부문과 사료·축산 독립법인 CJ피드앤케어(Feed&Care)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주력인 식품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액은 2조972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 줄었다.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31.1% 감소했다.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국내 식품사업이 차질을 빚은 탓이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3분기 국내 매출액은 1조5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줄었다.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매출이 각각 40%, 24%의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제과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웰푸드의 3분기 매출액은 1조785원,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7%, 5.7% 줄었다.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났는데도 비중이 큰 국내 실적이 아쉬웠다. 롯데웰푸드의 3분기 국내 매출액은 8798억원, 영업이익은 654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7%, 1.4%씩 줄었다. 국내에서 여름철 강우 일수가 줄면서 빙과 매출이 부진했고 카카오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오리온은 3분기 매출액이 77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1371억원에 그쳤다. 이익 감소는 중국 법인의 부진이 컸다. 중국 법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 12.7% 줄었다. 베트남 법인과 러시아 법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3.5%, 27.6% 늘었지만 한국 법인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국 법인의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오리온의 한국 법인의 매출액은 2711억원으로 전년보다 0.4% 줄었고, 영업이익은 438억원으로 2.0% 늘었다.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4%, 11.0%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3분기 카카오,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원F&B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모두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소폭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동원F&B의 3분기 매출액은 1조2203억원, 영업이익은 6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 6.1% 늘었다.
해외는 잘했는데...
라면 3사 역시 국내에서는 아쉬운 실적을 냈다. 내수 부진으로 판촉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농심의 3분기 매출액은 8504억원,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6%, 32.5% 줄었다. 해외에서는 미국(1.4%), 일본(20.3%), 호주(15.4%), 베트남(20.4%)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국내와 중국이 부진했다.
농심의 별도 기준(국내) 3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1%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0.5% 줄었다. 경기 둔화 탓에 시장 규모가 축소되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스낵(-6.6%), 음료(-13.8%) 카테고리에서 매출 감소폭이 컸다. 내수 침체에 대응한 판촉비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중국에서도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채널 판매가 특히 부진하면서 매출(-21%)이 감소했다.
오뚜기 역시 3분기 매출액이 9041억원으로 전년보다 0.5% 줄었다.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23.4% 감소했다. 비중이 큰 국내 매출액이 1.2% 감소한 상황에서 매출 확대를 위한 판매비가 증가하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다.
반면, 삼양식품은 '불닭' 인기에 힘입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삼양식품의 3분기 매출액은 4389억원, 영업이익은 8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각각 31%, 101% 증가한 수치다. 3분기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늘어난 3428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국내 실적은 아쉬웠다. 삼양식품의 국내 매출액은 9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답은 해외 시장
최근 국내 시장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국 소매판매액지수(2020년=100)는 100.7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2022년 2분기(-0.2%)부터 10개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긴 감소세다.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식품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최근 K푸드의 인기가 치솟으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4분기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간식점, 벌크시장 전용 제품을 확대하고 성장채널 영업력 강화를 지속하는 한편 베트남에서 키즈 시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트베리 신공장 및 노보 공장의 생산동 신·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농심 역시 4분기에 신제품을 내놓는 한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신라면 툼바'를 4분기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법인의 용기면 라인 증설을 바탕으로 미국 매출과 이익을 늘린다는 목표다.
삼양식품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유럽판매법인을 신설하고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지난 3월 밀양2공장을 착공했다. 신설 해외판매법인이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내년에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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