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왜 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투표' 캠페인을 방해하나

유매연 '행동하는 경기 대학생연대' 대표 2024. 11. 15. 07: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 경기시국대회' 연쇄기고] ④ 대학생들이 퇴진 운동을 하다 겪은 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등 30여 개 단체가 모인 '경기시국대회 준비위원회'가 오는 23일 '윤석열 정권 퇴진 경기시국대회'를 연다.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정권 퇴진을 외치는 이유와 퇴진 이후 만들어야 할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을 평화, 노동, 평등, 기후위기, 복지, 민주주의 등 각 영역 별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대학은 역사적으로 민주화의 시작과 불꽃이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전남대 학생들이 그러했고, 6.10 항쟁 역시 대학생들이 지핀 불씨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도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촛불을 시작으로 연인원 1700만 촛불이 되었다.

꼭 항쟁이 시작될 때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벌어지는 토론의 장이어야 한다. 학내에 다양한 의견이 담긴 대자보가 붙고, 학생들이 여러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대학사회가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가톨릭대, 경기대 등이 때 지난 '학내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학칙에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해당 조항을 들먹이며 학내 '윤석열 퇴진 찬반 국민투표' 캠페인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대 수원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경기도 대학생 윤석열 퇴진 투표 선포 기자회견'을 하던 중 학내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으니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해 쫓겨났다. 가톨릭대 성심캠퍼스에서는 같은 캠페인 중 참여자 전원이 해당 학교 학생인지 학생증을 확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외대, 단국대 등은 학칙에 ‘학내 정치활동’ 금지 조항조차 존재하지 않는데도 ‘윤석열 퇴진 투표’ 캠페인을 방해했다.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윤석열 퇴진 투표' 캠페인을 시작한지 10분 만에 교직원 5명이 찾아와 "학내 정치활동이 금지되어있으니 해당 캠페인을 불허한다"며 교문 밖에 나가서 진행하라고 이야기했다. 교직원들은 "캠페인 말고 대자보를 게시판에 붙이면 손을 대지 않으니 대자보를 붙여라"고 했지만, 캠페인 이후 우리가 붙인 대자보는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학교에 의해 떼어졌다.

단국대에서도 캠페인 이후 붙은 대자보를 누가 붙였는지 교학행정팀이 수색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연히 우리가 붙였던 대자보는 만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학교에 의해 훼손됐다.

두 대학은 학교가 나서 학생들이 학내 캠페인을 하지 못하게 한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 고려대에서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대자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이미 2007년 대학의 ‘학생 정치활동 금지’ 학칙에 대해 "우리 헌법은 기본권 유보의 조건으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도 법률에 의하지 않은 기본권 제한은 불가능하다'는 법률 유보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해서는 아니됨을 명시하고 있다"며 "(대학 학칙의) '학생활동 제한' 조항은 '기본기능'과 '교육목적' 등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근거에 의해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경우는 학내 외를 불문하고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이 그 자체가 기본권 제한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퇴학 등의 중징계 사안은 삭제하여야 함을 권고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학생들의 정치활동이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치활동'은 언제나 질서를 문란케 하는 부정적 행위라는 선입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대학생은 법적 성인으로 투표권을 부여받아 정치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이다. 이런 대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대학이 '학내 정치활동 금지' 학칙을 두거나 학생들이 진행하는 정치 캠페인을 금지하는 행위는 단순히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캠페인을 막는다는 점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학내에서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갖고 토론하며 더욱 성숙한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고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모든 대학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해당 조항을 삭제할 뿐 아니라 학내 자유로운 정치의사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이 대학다워질 수 있다.

[유매연 '행동하는 경기 대학생연대' 대표]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