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손' 김창수도 고개 숙였다…F&F엔터, '자본잠식' 어쩌나

윤서영 2024. 11. 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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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로젝트 흥행 실패…재무구조 '빨간불'
F&F 자금 수혈 가능성…두둑한 현금 곳간
“단기간 흑자 달성 어려워…투자에 집중”
/그래픽=비즈워치

‘패션계의 황금 손’으로 불리는 김창수 F&F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며 손실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F&F를 앞세워 자금 수혈에 나서는 등 신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힘을 보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히려 늘어난 자본잠식 규모에 재무구조는 더욱 약화했다."K팝, 누가 돈 된대?"

F&F는 지난해 1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패션 브랜드를 해외에서 성장시킨 기획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K팝 스타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다.

이후 F&F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패션업계 사이에서 꾸준히 주목 받았다. 패션업계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례적인 일이어서다. 라이선스 브랜드 ‘MLB’를 앞세워 K패션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 회장이 브랜딩 노하우를 K팝 산업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간 SBS에서 방영된 유니버스 티켓이 흥행에 실패해서다. 당시 SBS와 공동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첫 회를 제외한 전 회차 시청률이 0%대를 기록한 채 끝이 났다. 유니버스 티켓의 편성이 주말에서 평일 저녁 늦은 시간으로 변경된 영향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종영 이후 염두에 뒀던 콘서트도 돌연 취소됐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상 설립 이후 처음 나선 프로젝트가 인기몰이에 실패하면서 F&F엔터테인먼트의 재무상태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 59억원 수준이던 자본총계는 올해 상반기 –8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5억원에 달했다. 지난 3월 F&F가 유상증자를 통해 30억원을 수혈했지만 역부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잠식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F&F엔터테인먼트는 이달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유니버스 티켓의 후속작이다. 무엇보다 소속 걸그룹 ‘유니스’의 데뷔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F&F엔터테인먼트의 이런 행보는 다소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K팝 스타를 육성하기보다 발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F&F엔터테인먼트는 이번 방송이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전으로 이뤄지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단체전에 초점을 맞췄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편곡해 무대를 꾸밀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MLB, 디스커버리, 수프라 등 F&F가 전개하고 있는 주력 브랜드들이 후원에 나서며 패션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선택과 집중의 시간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F&F엔터테인먼트는 "유니버스 리그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풀지 못한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재무건전성 확보다.

F&F엔터테인먼트는 당장 구체적인 재무 성과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F&F엔터테인먼트 측은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선 스타일리스트부터 안무, 멤버 케어, 음악을 만드는 비용 등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며 “수익을 내기까지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F&F를 통한 추가 출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F&F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F&F의 부채비율은 36.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전보다 13.6% 증가한 2206억원이었다.

/그래픽=비즈워치

F&F가 최근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빅텐츠) 매각에 나서면서 현금 곳간은 더욱 두둑이 채워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F&F는 지난 2022년 콘텐츠 사업으로의 영역 확장을 위해 빅텐츠 지분 50.77%를 235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지난해 말 175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 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F&F는 결국 지난 9월 빅텐츠 주식을 전량 처분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283억원이다. 이원화됐던 콘텐츠 사업에서 벗어나 향후 음악 위주의 사업 전개에 나서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F&F는 이번 결정으로 48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거둬들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신인 발굴부터 데뷔까지 모두가 선투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가 초기 위험성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요소"라며 "그럼에도 F&F가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잘 이끌어 나간다면 패션업계도 사업 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청사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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