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팔자에 4년 5개월만에 4만전자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삼성전자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5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외국인이 1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 영향이 컸다. 트럼프 랠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1400원대를 지킨 환율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대비 700원(1.38%) 떨어진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을 밑돈 것은 코로나19 와중인 2020년 6월15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세를 이어간 결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총 3조16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292조8922억원을 기록해 4년5개월 만에 300조원을 하회했다.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작성된 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424만7611명에 달해 여전히 국내 주식 중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한 ‘국민주’이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에 등록된 삼성전자 투자자 26만442명의 평균 매수가는 6만8334원이다. 단순 계산해도 수익률이 27.7% 하락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데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지만, 주가 반등 시기를 점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1.78포인트(0.07%) 오른 2418.86에 마감했다. 기관이 2757억원 순매수에 나섰으나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 탓에 5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한 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2643억원을 매도하며 13거래일 연속 ‘팔자’를 유지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8.09포인트(1.17%) 내린 681.56에 장을 마쳤다.
금융 당국이 ‘적극적 안정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으나, 시장 불안을 걷어내지 못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른 공조·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다하는 동시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1406.6)보다 1.5원 내린 1405.1원에 마감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 전날보다 3.0원 하락한 1403.6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상승 반전해 1407.8원까지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3일 연속 1400원대를 유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한 데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금감원 조사·검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서울·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권 공동으로 개최한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회 자체가 금감원이 조사하겠다, 안 하겠다, 어떤 강도로 하겠다는 것에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건화 이후에는, 제가 아무리 기관장이라고 해도 단계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부정거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모집주선 역할을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증권사 검사로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다만) 그게 증권사 위법으로 볼지 또는 특정 거래를 불법으로 단정할 수 있을지랑은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들을 상대로 약 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사진 13명 중 공개매수 등에 반대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이사회에 불참했던 다른 이사 2명을 제외한 10명이 대상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6732억990만원 규모의 손해를 끼쳐 이만큼의 배상금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 소장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하고 주당 89만원으로 자사주 204만30주를 사들였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맞서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 측은 이 결정으로 주당 56만원 정도이던 시가와 공개매수가 간 차액을 매입량과 곱한 금액만큼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게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한다. 원고(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원고가 아닌 회사, 즉 고려아연에 돌아간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법원이 기각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2차 가처분의 본안소송 격이기도 하다.
◆ 업비트 페페 상장하자 한 때 3배 넘게 폭등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가 14일 재미를 위해 발행한 가상자산인 밈코인 ‘페페’를 상장했다. 이 소식에 페페 가격은 한순간 3배 넘게 뛰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이 프로젝트의 기술력을 중점으로 평가하기보다 투기적 수요에 맞춰 가상자산 상장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비트는 이날 오전 11시30분 페페를 상장했다. 페페 가격은 전날 0.018원대에서 상장 직후 0.062원으로 237% 급등했다가 오후 5시 현재 0.032원으로 내려갔다.
페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각종 패러디 대상이 된 개구리 캐릭터 ‘페페’(Pepe the frog)를 소재로 한 가상자산으로, 특별한 기술력 없이 재미로 만든 밈코인이다.
과거 밈코인은 소형 거래소에서나 거래됐지만, 최근 대형 거래소도 앞다퉈 상장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달에도 밈코인 ‘봉크’를 상장했다. 밈코인은 가격 단위가 작고 변동성이 높아 단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좋다. 그만큼 투자에 주의를 요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밈코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에 따른 가상자산 폭등세에 힘입어 국내에서 최대 거래대금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업비트에서 최대 거래대금을 기록한 가상자산은 도지코인으로 오후 2시 기준 일일 거래대금이 4조1880억원에 달했다. 비트코인 거래대금(1조3478억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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