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오면 수천만원씩 썼는데…"중국인 지갑 닫아" 면세점 치명타

김민우 기자 2024. 11.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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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면세점(上)
[편집자주] 면세점 업계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만 해소되고 하늘길만 열리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고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늘길이 열리고 방한객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는데 면세점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정부의 특허수수료 지원은 작년에 끝났다. 면세점 업계를 돕기위해 도입한 객단가 방식의 임대료 산정방식은 오히려 면세점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면세점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돌아오지 않는 유커, 열리지 않는 지갑…면세점 4사 모두 '적자'
①한한령·코로나19 다 끝났어도 회복되지 않는 면세산업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증가세를 보이던 면세점 매출은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면세점 산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올해 3분기 모두 적자를 냈다. 대형 면세점 4사가 모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14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3분기 799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확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 증가했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침체 및 소비둔화, 유커(游客,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 지연 등 요인으로 손실폭은 362억원 더 커졌다.

지난 8월에 단행한 특별 조기퇴직 프로그램 위로금 약 16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3분기 적자로 전환한 이래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463억원의 누적 적자를 내고 3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된 상황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922억 원으로 연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 유행의 직격탄을 맞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적자를 지속해오던 롯데는 지난해 송객수수료를 줄이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흑자경영을 이어오던 신라면세점도 3분기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시내점 매출은 8.2% 증가했으나 공항점 등 매출이 5.7% 감소하고 인천공항 매장 임차료 부담이 컸다.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유행 첫 해인 2020년에만 1274억원의 적자를 낸 뒤 송객수수료 축소,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지원 등의 영향으로 2022년 1319억원, 2023년 2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59억원, 70억원 영업익을 올리는데 그치더니 3분기에는 387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1~3분기 누적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4년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창사 이래 처음 1328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신세계DF 역시 올해 3분기 매출은 8.2% 증가한 4717억원이었으나 162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신세계 역시 개별관광객(FIT) 매출이 33% 늘었으나 인천공항 정상 매장 확대에 따른 임차료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현대면세점도 시내면세점 실적 부진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한 2282억원을 기록했고 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8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오던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창사이후 처음으로 흑자(10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4분기 다시 영업손실을 낸 뒤 적자를 이어오고있다.

외국인 관광객 93% 돌아왔는데...면세점 손님 700만명이 사라졌다
②"손님 들어와도 안사요"...1인당 평균구매액 152만원→106만원 '뚝'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 현황, 국내 면세점 내국인 이용 현황/그래픽=이지혜

면세점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면세점 방문객 회복세는 더디다. 그나마 면세점을 찾는 이용객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면세산업이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중국 관광객들이 호주머니를 닫자 국내 면세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높은 환율로 인해 내국인들에게도 외면받을 위기에 놓였다.

1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는 146만 4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월 145만 9664명보다 0.3% 늘어난 수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방한객수는 121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7%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93.8% 회복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는데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회복세는 더디다.

2019년 1~9월 면세점을 방문한 이용객수는 1472만명인데 올해는 같은기간 692만명의 외국인만 면세점을 찾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코로나19 이전의 94% 수준으로 회복됐어도 면세점을 찾는 경우는 코로나19 이전의 50.1%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1214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하면 면세점 손님은 1381만명으로 늘어야 하는데 올해 3분기에는 692만명만 면세점을 방문하고 689만명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얘기다.

개별여행객의 관광 패턴이 먹거리와 체험형으로 바뀐 탓이 크다. 과거에는 면세점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울렛, 백화점, 편의점 등으로 관광객들의 쇼핑 코스가 다원화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더디기는 하지만 면세점 방문객 수가 회복세라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면세점을 방문한 방문객 수는 내·외국인 포함 737만명이다. 612만명이 방문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늘었다.

그러나 회복된 면세점 방문객수가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면세점 매출은 3조43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조4548억원보다 0.6% 줄었다.

특히 외국인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2조7298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6437억원으로 3.15% 줄었다. 외국인 매출액의 감소 폭이 내국인보다 더 크다.

3분기 면세점 외국인 이용 현황/그래픽=이지혜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도 지난해 3분기에는 152만원이었는데 올해 3분기에는 106만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면세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높은 중국 의존도'와 '중국 경기 침체'로 꼽는다.

2017년 중국 사드보복조치의 일환으로 한한령이 내려졌을 때 국내 면세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한류열풍과 맞물려 중국인들의 한국 면세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면세점 업계는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해 위기를 극복했다.

다이궁에게 의존한 면세점 운영은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가 간 이동이 막혀 사실상 관광객들의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이궁 1명이 한 번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 물건을 한꺼번에 사 갔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은 2020년 444만원에서 2021년에는 2555만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면서 면세점 업계는 자체적으로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송객수수료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돼도 이전처럼 유커(중국 단체관광객)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개별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과 소비코스는 다원화됐다.

여기에 중국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중국 관광객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커든, 싼커(중국 개별관광객)든, 다이궁이든 모두 씀씀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높은 임대수수료도 면세점 실적회복에 발목을 잡았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신규 면세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임대료 산정기준을 여행객수를 기준으로 바꿨다.

여행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면세점 방문객은 줄고 1인당 평균 구매액도 줄어들다 보니 면세점 업계는 늘어난 여객 수만큼 임대료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장기화한 고환율 기조도 면세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20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강점인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하며 내국인 발길마저 끊길 위기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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