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예금보호 1억원까지…소비자 웃지만, 금융당국은 난색?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2024. 1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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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해묵은 과제 국회서 '속전속결'…"쪼개기 예금 사라진다"
'머니무브' 걱정하는 당국…저축은행은 "오히려 금리 내릴 수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4.11.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국회가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보호 한도가 상향된다면 지난 2001년 이후 약 23년 만에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우선 은행 파산을 우려해 여러 은행에 5000만 원씩 예금을 분산하던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효과가 가장 크다. 또 지난해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재발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호 한도 상향이 급격한 '머니무브'(자금이동)를 야기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에 비해 고금리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해묵은 과제…국회서 속전속결로

15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이달 중 정무위 법안소위와 전체 회의를 거쳐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사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꾸준히 언급된 '해묵은 논쟁' 중 하나다. 5000만원의 한도가 지난 2001년부터 그대로 유지되면서 국민 소득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당시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필요성을 언급한 후 선거 때마다 이슈로 거론됐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금융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우려해 금융당국이 신중론을 고수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산하고, 같은해 7월 한국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뱅크런까지 발생하자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특히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도 상향 필요성을 강조한 게 속도를 더했다. 당시 이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직접 겨냥해 "엉뚱한 데 관심 쏟지 말고 한도 상향에 동의해달라"며 여당이 한도 상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윤 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을 감춰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일까 봐 논의 시기를 고민 중이었는데, 이 대표가 먼저 좋은 제안을 해 줬으니 함께 적극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일만 남은 듯하다"고 호응했고, 이후 여야간 논의가 본격화됐다.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큰 영향 없다" vs "쪼개기 예금 사라진다"

사실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예금자 중 98.7%가 5000만원 보호 한도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도 상향의 효과는 전체의 2.3%인 소수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98.7%라는 수치는 혹시 모를 은행의 파산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은행에 5000만 원씩 돈을 나눠 맡기는 국민들의 예금 습관에서 비롯된 숫자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대부분의 예금자가 보호 한도 내에서 여러 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도 상향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도 상향이 소비자들에게 '금리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우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위원장은 한도 상향에 대한 적극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재도 예금자의 98%가 보호받고 있고, 예금보험료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금리 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머니무브' 걱정하는 당국…저축은행은 "오히려 금리 내릴 수도"

금융당국은 무엇보다 저축은행으로의 급격한 머니무브(자금이동)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할 시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위 연구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실제 머니무브가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대율(여신 잔액을 수신 잔액으로 나눈 비율) 100% 제한 규제를 받는다. 현재는 유예 조치에 따라 110%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여파로 대출 취급을 자제하고 있고, 이에 따른 예금 확보 유인도 줄어든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방안은 예금인데, 대출 취급 자제 속에 예금을 무한정 받을 순 없는 것이다.

실제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업계가 예금 취급을 꺼려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 취급이 현재 어려운 상황 속에 예금만 받을 순 없다"며 "대출 취급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만약 머니무브가 발생하면 저축은행은 오히려 수신을 덜 받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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