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위령 성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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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니 그렇게도 질기게 매달려 있던 초록이 드디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는 길 도중에 삼도내가 있다고 한다.
삼도내에는 건너가는 길이 셋 있는데 한 여울은 다리가 놓여 있어 죄짓지 않고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 건너가는 길이고, 두 번째 여울은 물이 얕아 보통 사람이 건너가는 길이고, 마지막 여울은 물살이 세고 깊어 죄 많은 사람이 건너는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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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니 그렇게도 질기게 매달려 있던 초록이 드디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상 기온으로 당당하기만 했던 기후도 늦었지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조석으로 싸늘한 기운이 더해지니 부음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오랫동안 함께 문학활동을 했던 고향 선배님이,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던 형제님이, 매달 한 번씩 만났던 집안 아저씨가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 애절함과 사무침과 그리움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황망하고 허망하고 애통하다.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는 길 도중에 삼도내가 있다고 한다. 삼도내에는 건너가는 길이 셋 있는데 한 여울은 다리가 놓여 있어 죄짓지 않고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 건너가는 길이고, 두 번째 여울은 물이 얕아 보통 사람이 건너가는 길이고, 마지막 여울은 물살이 세고 깊어 죄 많은 사람이 건너는 길이라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죽음은 종말이 아닌 인간 삶의 완성이고, 삶의 최종적인 열매라고 한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돼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남아 하느님께 충실했던 자들은 하느님께서 계속 충실하게 머무르시며 함께하시기 때문에 죽음을 숙명으로서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평화로이 맞이하길 바란다.
천주교에선 해마다 11월을 위령 성월로 정해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한편, 우리 자신의 죽음에 대해 조용히 묵상하는 은총의 시기로 보내고 있다. 한 인간이 세상 안에서 살다가 죽고 난 후, 삼도내의 어느 여울을 건널지, 천국에서 영생복락을 누릴지는 그가 현세에서 맺은 모든 관계의 결실이 결정해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세를 살면서 모두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기 위해 힘쓰며 살아야겠다. 류인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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