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개미 눈치 보는 정치권·당국…불확실성에 경제 흔들[시장의 경고]⑤

강수련 기자 박승희 기자 2024. 11. 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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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원성에 금투세 폐지·공매도 금지…좀비기업 퇴출 막힐수도
野 '주주 충실 의무' 상법개정안 당론 채택…與는 자본시장법 선회

[편집자주]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표 수출주 삼성전자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 중이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미래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전쟁 후 폐허를 딛고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에 정작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망이 없다'는 시장의 경고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10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박승희 기자 = 국내 증시가 '트럼프 리스크'로만 늪에 빠진 게 아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만든 불확실성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정책과 입법은 명확한 원칙보단 1400만 개인 투자자 눈치를 살피느라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결정이 여러번 번복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는 나날이 하락 중이다.

금투세 폐지, 공매도 금지, 좀비기업 퇴출도 눈치보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주식으로 연간 5000만 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22~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금투세는 지난 20·21대 국회에서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도입했으나, 4년간 시행을 유예했고 결국 22대 국회에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금투세 도입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유예·보완입법 등을 저울질하며 증시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결국 금투세는 폐지로 가닥이 잡혔지만, 정책이 갈팡질팡하며 시장에선 자금이 빠지고 증권사들은 시스템 개발에 거액을 허비했다. 거래세만 대폭 인하되며 자본시장 과세기반만 취약해졌다.

공매도 전면 금지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 끝에 나온 조치였다. 금융당국은 당초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공매도 금지에 반대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를 내세우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입장을 선회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내년 3월까지 공매도는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에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홍콩 IR 2024 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다고 하면서 공매도가 전부 금지돼 있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 발목을 잡는 '좀비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이 역시 진행이 더디다. 이번에도 개인 투자자들 반발이 거세지면 누더기 제도가 되거나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단 예상까지 나온다. 지난 2022년 신라젠 상장폐지 당시엔 소액주주들이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항의 집회를 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경청 시리즈 '개미투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4.1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野 "소액주주 보호" 외치며 상법 개정안 당론채택…與는 자본시장법 개정

정치권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거버넌스 문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쟁부터 혈안인 여야는 셈법부터 다르다.

민주당은 전날(14일) 부대 조건을 달아 주주의 충실 의무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확대 △병행형 전자주총 근거 마련 등도 담겼다.

민주당은 최근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뒤 후속조치로 소액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등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20여 개 제출됐으나, 대다수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거대야당 민주당이 고삐를 쥐고 있는 만큼 속전속결로 통과될 전망이다.

다만 한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데다, 여당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꺼내들면서 당분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주에는 기관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사모펀드, 소액주주 등 다양한 주체가 있는데 헤지펀드들이 경영권을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 경우 소액주주 이익이 보호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인수 합병시에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오랜 기간 논의해 왔고 여당에서 반대할 명분도 부족하다"며 "여당이 주장하는 자본시장법 관련 논의도 열려 있다"고 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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