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따던 농부는 형사들이었다···태국인 '인신매매' 일당 사건의 전말

태국서 인신매매 범죄 저지르고 2019년부터 불법 체류
올해 6월 태국 경찰 송환 요청 받고 6~7월 일당 체포

6월 전남 나주의 로힝야족 인신매매범 주거지 인근 고추밭에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이 농부로 위장해 잠복 근무 중인 모습. 사진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서울경제]

미얀마에서 박해 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하다가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한 태국인 2명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우리나라로 도피한 지 5년 만에 체포됐다.

1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태국인 남성 2명이 태국으로 송환됐다.

송환된 A(44)씨와 B(31)씨는 2019년 2월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하기 위해 트럭에 태운 뒤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과정에서 모두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비좁은 트럭 내부에서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한 채 장시간 이동하다가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은 이들이 속한 인신매매 조직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로힝야족 주민들을 현혹한 뒤 성매매를 시키거나 강제 결혼시키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의 시신을 발견한 태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인신매매 조직의 다른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으나 이 두 사람은 2019년 4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이에 태국 경찰은 지난 6월 경찰청에 강제 송환을 요청했고, 이들이 입국 당시 밝힌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를 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한국과 태국 간 체결된 '사증면제협정'에 따라 태국인은 비자 없이 최장 90일 동안 국내에 체류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체류를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된 두 사람의 사진 등을 토대로 이들을 추적해 주거지 근처에서 농부로 위장해 잠복 근무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 6월 전남 나주에서 A씨를, 7월 경기 이천에서 B씨를 각각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체류 혐의를 적용해 송환했다. 이들이 태국에서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는 태국 경찰이 자체 수사 및 현지 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경찰의 협조로 인신매매 조직원 2명의 신병을 확보한 태국왕립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수라판 타이프라셋 외사국장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보내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10월 25일 경기남부경찰청을 방문한 수라판 타이프라셋(왼쪽) 태국왕립경찰청 외사국장이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