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돌아온 트럼프, 우크라이나를 버릴 것인가

박영서 2024. 11. 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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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지구촌을 흔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쟁을 끝낸다"고 트럼프가 입을 열자 전황은 더 격해졌다. 북한군까지 전투에 참여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현실화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땅따먹기' 혈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 약 5만명의 '적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적군'에는 1만명 이상 규모의 북한군이 포함되어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만명 이상의 북한 병사가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젤렌스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일본 교도통신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북한군 전사자들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은 러시아에서 군복과 기관총, 저격소총, 대전차 미사일, 로켓 추진 수류탄 등 장비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군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인 부대에서 싸우는 것으로 미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포병 사격, 기본 보병 전술에 더해 참호전 훈련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군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군 진지에 대한 정면 공격에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점령한 러시아 서남부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한때 1000㎢가 넘는 면적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병력이 동부전선에 매여있는 탓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거점도시 포크로우스크와 쿠라호베에서도 양측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탄광 도시인 포크로우스크는 주요 도로와 철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쿠라호베에는 대형 화력발전소가 있다.

남부전선에서도 조만간 대규모 공방전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훈련된 부대를 남부 자포리자 깊숙이 진입시켜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부전선은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다가 러시아군의 견고한 방어선에 막혀 좌절된 뒤 전황이 교착 상태다.

◆'미국 우선주의'가 부추긴 공방전

이처럼 양측이 대규모 공방전에 나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현실화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곧바로 휴전 협상에 개입할 개연성이 큰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서는 남은 두달여간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대대적 공방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을 위시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현재 방식,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과 무기의 전폭적 지원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손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9월 TV 토론 때도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을 상세히 제시한 적은 없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그는 9월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 "구체적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걸 지금 말하면 그 아이디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할 순 없다"며 "일부 아이디어는 깜짝 놀랄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 계획과 관련,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시사점을 준 바 있다. 밴스는 9월 션라이언쇼에 출연해 "트럼프는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바라보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무장 지대의 위치나 범위는 자세히 말하진 않았으나 '현재 경계선'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보면 트럼프 진영의 '평화적 해결'은 양측이 대치하는 현재 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방식의 종전 협상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양국은 협상이 시작하기 전까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조급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 본토 점령지를 사수하면서 적을 한치라도 더 물러나게 하기 위한 총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쿠르스크에서 승기를 잡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확보하려 하기에 교전 격화는 불가피하다.

◆전쟁, 끝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의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육군 특수전 부대(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낙점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왈츠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 왔다.

문제는 트럼프의 종전 구상이 러시아에겐 유리하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 등 전체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줄여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자신이 구상한 휴전 공식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는 건 트럼프가 줄곧 비판해 온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젤렌스키는 전쟁을 이끌고 갈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영과 이민이 폭증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우리는 이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 중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닫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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