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졌을 때 휴대폰을 묻으면 어떻게 될까요?[김숙정의 권리장전 11회]

김숙정 변호사 2024. 11.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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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은닉하는 행위는 수사를 방해하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증거를 파기하거나, 은폐하거나, 다른 자료로 바꿔치기하거나, 교묘하게 조작하는 경우, 형법상 증거인멸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특정 범죄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없애다가 '증거인멸'이라는 또 다른 범죄가 추가된다면, 이른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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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범행의 증거는 없애도 죄가 되지 않는다?…‘증거인멸죄’의 적용 범위

(시사저널=김숙정 변호사)

형사 사건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은닉하는 행위는 수사를 방해하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증거를 파기하거나, 은폐하거나, 다른 자료로 바꿔치기하거나, 교묘하게 조작하는 경우, 형법상 증거인멸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특정 범죄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없애다가 '증거인멸'이라는 또 다른 범죄가 추가된다면, 이른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로 인해 수사가 예기치 않게 확대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2023년 9월1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수도권자원순환센터로 배달된 폐휴대폰들이 쌓여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그러나 우리 형법은 '타인의' 형사사건, 즉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는 경우만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인간의 자기보호본능을 고려한 것으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본능적 행위까지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합니다. 더 나아가 동거 가족이나 친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을 하는 경우도 처벌에서 제외됩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증거를 타인에게 부탁해 없애도 될까요? 이 경우에는 다른 법적 책임이 발생합니다. 증거를 없애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증거인멸의 교사범으로, 실제로 증거를 없앤 사람은 증거인멸의 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증거를 은닉해달라고 부탁한 경우 부탁한 사람은 증거은닉의 교사범으로, 실제 은닉한 사람은 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증거를 보관하기만 했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한편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서 증거를 무분별하게 없애도 되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조사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안티 포렌식 앱을 설치해 데이터를 삭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압수된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구글 계정 접속 시각, 앱 구매 시각, 데이터 삭제 흔적 등이 발견돼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는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실제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등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있을 경우, 검사는 높은 확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됩니다. 이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명백하게 입증된 상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 김숙정 변호사 약력

김숙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검사 출신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처음 검복을 입었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거쳐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몸을 담았다. 2022년 공수처장 1호 표창을 받았고 2023년 공수처 1호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2023년 말 공수처를 떠나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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