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후쿠시마’ 가짜뉴스 몰이…지원금 몰아준 언론재단
⑩언론재단 화이트리스트 의심
연 1억 규모인 시민단체 지원 공언련 계열 등 5개 단체에 쏠려
10개 사업 중 절반 가짜뉴스 연관…“정파 이익 대변” 우려 나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상대가 우리를 무력과 말로 제압하면서 공격해오는데, 말로 ‘이러지 마’ 이럴 시기는 지났다. 언론계에도 투쟁력 있는 전사가 필요하다.”
지난 7일 ‘제2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서 ‘단체상’과 ‘언론자유상’을 받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석우석 대외협력단장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른바 ‘언론장악 돌격대’로 불리는 공언련 외에도 보수 매체 펜앤드마이크가 매체상을 받았고 방송사 보수 노조 인사들이 대거 수상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이 시상식은) 대한민국이 공정한 언론으로 가기 위한 투쟁 대상을 뽑는 자리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화환을 보냈고,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상휘·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시상식은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사업비 1980만원을 받아 치러졌다.
“‘바이든-날리면’은 가짜뉴스” 행사에 3천만원 지원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로 이루어진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신생 단체 등 보수 성향 언론 단체들에 대한 언론재단 지원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대체로 윤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 와중 일종의 관변단체 구실을 해온 단체들이 대상이다.
14일 공동취재팀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2∼2024 연도별 언론재단 단체지원 현황’을 보면 올해 지원사업 예산 7억9천만원 중 1억740만원이 자유언론국민연합, 공정미디어연대(공언련 사업조직) 등 5개 보수 단체에 돌아갔다. 언론재단은 매년 두차례(상·하반기) ‘언론 진흥을 위한 공익사업’을 선정·지원한다.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의 정례 행사에 고정비처럼 투입된다.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 한국보도사진전 지원 예산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학계 행사 지원도 빼면 시민단체 몫은 연평균 1억원 안팎인데, 올해는 이 금액이 전부 보수 단체에 몰린 것이다. 보수단체 일색의 ‘언론재단 화이트리스트’가 만들어진 모양새다.
이런 흐름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로, 특히 ‘가짜뉴스’ 관련 사업에 지원이 집중됐다. 이는 윤 정부 들어 언론재단의 주요 보직 인사 개편이 지난해 3월 이후 이뤄지고, 그 다음달에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설립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 시기 언론재단은 ‘언론장악 병참기지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고, 10월 그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공영방송 이사 해임 안건 등을 처리한 김효재 전 위원이 언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5개 단체가 10개 사업을 지원받았는데, 절반인 5개 행사의 사업명이 ‘가짜뉴스’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금액으로 봐도, 총 1억4719만원 중 9480만원으로 가짜뉴스 관련이 64%를 차지한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의 ‘대한민국 선거와 가짜뉴스 백서 편찬’(1400만원), 공정미디어연대의 ‘22대 총선 불공정방송 팩트체크 백서 발간’(14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달 개최 예정인 ‘가짜뉴스 시상식’은 2년 연속 3000만원씩을 지원받는데, 지난해엔 문화방송(MBC)의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보도’ 등을 ‘10대 가짜뉴스’로 선정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가짜뉴스 몰이’ 하는 데 공적 지원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800만원을 지원받은 미디어연대의 ‘미디어혁명 토론회’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여해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사위 내 ‘정파성 우려’에도 지원 확정
언론재단이 가짜뉴스 관련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심사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2차 심사 회의록을 보면 ‘2023 가짜뉴스 시상식’에 대해 심사위원 ㄱ교수는 “‘가짜뉴스’ 논의가 최근 정파적 단체에서 자의적으로 주장되는 경우가 있다. 재단에서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띠지 않는지 검증하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ㄱ교수는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주장하는 단체를 보니 편향성이 과도한 것 같아 ‘문제가 있다, 웹사이트를 보시라’라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토론 없이 넘어갔다”고 전했다.
반면 재단 쪽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상임이사)은 당시 회의에서 “재단이 이러한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터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지난해 3월 언론재단에 임명된 인사로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신이다. 지난해 재단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보고서 한국어판을 발간할 때 문화방송의 신뢰도 1위 조사 결과가 담긴 대목을 빼도록 지시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언론재단의 심사위원회는 재단 내부 인사 2명(미디어본부장, 미디어진흥실장)과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위원 3명은 자체 전문가 인력풀에서 무작위 선정한다는 게 재단 쪽 설명이다. 김성재 전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은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5명 심사위원 중 재단에서 2명이 당연직으로 들어가서 점수 배점에 영향력이 큰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과거 재단 심사 때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행사, 단체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부 기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 들어 언론재단의 인적 구성이 바뀌기 전인 2022년도 1차 심사 회의록에서도 한 심사위원이 “정파성 있는 사업은 최대한 배제했다”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된다. 2022년에 지원된 사업 명단을 보면 ‘독립미디어, 공동체 문화와 접속하다’(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언론보도 피해 공익소송 사례집 출판’(언론인권센터) 등 정치 편향성과 거리가 먼 행사가 대부분이다.
한편, 민형배 의원은 “언론재단이 공적 자원을 특정 정파를 지원하고, 특정 언론을 공격하는 데 쓰고 있다는 건 국가 기능을 훼손하는 가장 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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